발병 48시간내 뇌손상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최선
발병 48시간내 뇌손상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최선
  • 이재갑 | 한림대 성심병원·감염내과 교수
  • 승인 2012.06.14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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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학부모가 진료실을 찾아와 자녀의 유학상담을 한 일이 있었다. 자녀가 합격 통지를 받은 외국 대학 캠퍼스에서 얼마 전 질병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과연 그 학교로 보내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뉴스 속 대학생의 사망 원인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이었다. 이 질환은 국내에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우리나라 학생들이 주로 유학을 가는 미국이나 영국, 최근 여행지로 많이 찾는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미국 내에서 매년 2400~3000명이 감염되며, 10명 중 1명은 사망한다.

영국의 경우 2008~2009년 웨일스 지역 등에서 1166건이 발병했고, 뉴질랜드 역시 연간 100여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신병 교육을 받던 군인 3명이 이 병에 걸렸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것만 130건이 넘는다.

흔하지는 않지만 매우 치명적이고 우리 주변에서도 실제 발병되고 있는 감염병이다.

수막구균 감염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수막구균이 오직 사람을 숙주로 전파되고, 일반인 10명 중 1명이 보균하고 있을 만큼 보균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활동력이 왕성한 19세 전후의 보균율이 24%로 매우 높다. 이 연령대의 대학교 신입 기숙사생이나 군대 훈련병과 같이 단체생활을 하는 이들이 감염되기 쉬운 고위험군에 속한다.

건강한 이들에게 이유 없이 발병하기 때문에 누가 걸릴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첫 증상이 나타난 지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뇌 손상, 청력 상실, 사지 절단, 그리고 죽음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급격히 진행돼 수막구균 감염으로 진단받은 후에는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서 의료진도 제때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타지에 나간 자녀가 수막구균에 감염되었을 때 현지 병원에서 즉각 원활히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을지도 염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수막구균 감염을 예방하는 데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계보건기구는 기숙사나 군대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대학 신입생에게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등 미국 16개주가 백신 접종을 ‘필수 또는 권고’하고 있고, 필수예방접종 사항을 지키지 않은 학생의 캠퍼스 진입과 기숙사 입주를 막는 대학도 있다. 예방접종을 출국 몇 주 전에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유학 보낸 자녀가 입학도 못하고 타국에서 캠퍼스 바깥을 전전하는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막구균 감염 위험국가로 유학이나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한국희귀의약품센터(www.kodc.or.kr)에 개인적으로 신청해 백신을 접종해야 했다.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상 불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국내에서도 수막구균 백신이 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접종이 필요한 이들이 가까운 일반 병·의원에서 편하게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군인을 대상으로 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어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도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 한림대 성심병원·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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