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기온은 올라가는데 기압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피부 표면의 온도가 올라가지만 뱃속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장내 세균의 활동이 약해지고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 많이 들어오면 설사나 복통이 일어나게 된다.
여름철에는 몸속의 열기가 피부표면으로 많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뱃속은 더욱 차가워지게 되는데, 마치 우물물의 온도와 같다. 우물물은 여름에는 땅위의 온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갑고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해진다. 우리 몸도 이와 비슷하다. 차가운 음식, 회, 빙과류, 덜 익은 과일, 맥주, 차가운 우유 등을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기 쉽다. 그래서 예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뱃속을 데워주기 위해서 복달임으로 삼계탕과 개장국을 먹었던 것이다.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세균의 감염도 문제가 된다. 바닷물의 온도가 섭씨 20도가 넘는 6~8월까지는 비브리오 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문제가 거의 없겠지만 체온이 낮거나 아랫배가 차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 비린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간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회를 먹기보다는 끓여서 탕으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서양에서도 R이라는 철자가 들어가지 않는 6월(June), 7월(July), 8월(August)에는 굴을 먹지 않았다. 그들도 오랫동안의 경험으로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해산물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번 여름철에 휴가를 가더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끼거나, 평소에도 회를 먹으면 속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은 횟집에 가더라도 좀 적게 먹도록 하고, 반드시 끓여서 나오는 탕을 함께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된다. 또 아랫배가 찬 사람은 평소에 쑥뜸을 뜨거나 배꼽 주위를 마사지 해주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달래 〈김달래한의원장, 경희대한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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