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의 도덕적 해이
고소득자의 도덕적 해이
  • 조창연 편집국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4.08.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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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분야에서 해마다 국정감사시즌이면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고소득자의 4대 보험료 체납에 대한 분석결과와 비판이다.

새누리당 이종진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문직종사자의 건강보험료 체납건수가 2012년 193건에서 2013년 423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고 체납액도 2012년 5억6600만원에서 2013년 10억95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늘었다. 6월 기준으로 체납건수는 415건, 체납액은 13억8700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문직종사자 중 체납건수와 체납액이 가장 큰 직종은 연예인과 전문운동선수였다. 연예인과 전문운동선수의 올해 건강보험료 체납건수와 체납액은 전체 전문직종사자의 약 78%에 달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예인, 전문운동선수, 전문직종사자,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 특별관리대상자 8만3985명의 체납액이 무려 4011억5600만원이었다. 징수율은 전체 체납액의 9.7%(387억원)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해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 고소득체납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강 의원이 말한 대로 체납자명단공개 법안만 통과시키면 정말 해결될까. 수많은 근로자들이 연봉수준에 따라 많든 적든 의무적으로 내고 있는 4대 보험료를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내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개인 차원의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로 봐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숱하게 반복돼 온 일을 여전히 ‘스스로 알아서 내겠지’라며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에만 맡기는 것은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범죄자를 보면서 ‘스스로 뉘우치고 범법행위를 하지 않겠지’라는 기대와 똑같다.

이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정부의 도덕적 해이다. 강 의원 주장대로 명단공개는 물론 그들에 대한 실질적인 불이익이나 처벌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처벌강화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납세기회가 그토록 많았는데도 스스로 이를 저버린 사람들에게 계속 같은 기회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4대 보험료는 비록 세금은 아니지만 자영업을 하든 법인에 근무하든 근로자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의무이자 모두의 힘을 모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다. 납세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고소득체납자들도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대가를 자신의 행위에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계속 이 상태로 가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차 모든 일이 투명해지는 세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것은 어떨까.
desk@k-health.com

<조창연 | 헬스경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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