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안맞는 ‘치과전문의제’ 논란 재점화
이빨 안맞는 ‘치과전문의제’ 논란 재점화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08.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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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08년 첫 전문의 배출…이전 수련의는 자격 불인정
ㆍ전문의도 “진료 불이익” 우려 1850명중 10명만 표방
ㆍ일반의는 ‘밥그릇 싸움’…복지부는 수수방관 무책임

치과전문의제도 논란이 최근 재점화됐다. 논란의 주체는 소수 치과전문의와 나머지 일반치과의사. 문제는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 대다수가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됐으며 인정받은 이들조차 오히려 진료과목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겪게 됐다는 사실이다. 절대다수인 일반의사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뺏길까 두려워 전문의제도 자체를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치과전문의제도는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 치주과, 치과보존과, 구강내과, 구강악안면방사선과, 구강병리과, 예방치과 등 10개 전문과목 중 하나를 심층적으로 공부한 치과의사들에게 전문자격증을 발급해주는 제도다. 양질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제도인 셈.

보건복지부는 1989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전문과정을 수련한 이들에게 자격을 인정해주기 위한 전문의시험제도를 입법예고했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를 필두로 한 치과의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2008년에 들어서야 첫 전문의를 배출하게 됐다.

문제는 복지부와 치협의 타협에 따라 2008년 이전 교육을 통해 전문과정을 수련한 4900여명의 의사들이 전문의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 이들은 아예 전문의시험을 치를 수조차 없게 됐다. 또 자격을 취득한 의사가 전문과목을 표시하면 해당 과 이외의 다른 진료를 제한하는 바람에 자격을 인정받은 1850명 중 전문진료를 표방한 의사는 10명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이 법에 따르면 2008년 이전 전공의수련자에 속하는 교수들은 앞으로 전공의교육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전문의자격 없이도 한시적으로 교육할 수 있게 해주는 임시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2017년이면 전문의 배출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의료법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고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경과규정 마련 등 해결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복지부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9월까지 규정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답변했지만 치협의 강한 반발로 추진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치과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는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기 원하는 국민이 일반의사보다 전문의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국민을 위해 정부가 직접 결정, 시행해야하는 문제이며 치협에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치과대학 교수와 전문학회 등이 모여 설립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 관련단체연합’은 “진료편익을 위해 시작된 치과전문의제도가 0.06%만의 전문치과가 존재하는 ‘사장된 제도’로 몰락했다”며 “국민을 위해 만든 제도를 이익단체가 원한다고 사장시킨다는 것은 국민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치협 이강운 정책이사는 “다수의 치과의사가 전문의는 희소성이 있어야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숫자가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의원총회 때 52%가 전문의의 문을 좁혀야한다는 의견을 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밥그릇싸움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원론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한 문제이지만 이면에는 전문의가 많이 배출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반 치과의사들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2008년 이전 취득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는 전문의들과 치협 모두 정부대응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갈등이 예상되고 있어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부 차현아(29) 씨는 “대다수 국민은 전문의제도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이익만 챙기려는 의료진과 무책임한 정부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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