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의 시작은 뭘까
진정한 소통의 시작은 뭘까
  • 장은영 한양대구리병원 교수
  • 승인 2014.09.1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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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여러 사람과 논의하거나 토론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여럿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모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비해 무엇인가 더 나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각하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을 통해 얻을 수도 있고 타인과 나의 생각이 유사할 때는 기존 의견에 대한 확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단 여러 사람이 모이는 데는 그만한 비용이 든다.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며 논쟁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모든 과정에서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토론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들을 고려하면 집단으로 내린 결론이 질적으로 더 우수해야 하지만 때로는 혼자 내린 결론보다 못한 경우가 있다. 또 개인이 지녔던 오류가 교정되지 않거나 편견이 더욱 강화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는 ‘집단극화’라는 현상이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의를 거친 후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고 나면 낙태에 반대하는 정도가 더 강해지는 것이다.

집단극화는 왜 일어날까? 연구자들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고 이들 사이에서 보다 설득력 있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하게 위해 이전보다 더 강한 주장을 하게 된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집단 내에서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한층 극단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의미 있는 근거나 증거를 깨닫고 논리적인 주장을 듣게 돼 생각이 달라졌다면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나 논리적인 주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 결정적이라는 데 불행의 씨앗이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면 보다 확신에 찬 결론을 내려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나 타인에 대한 언어공격, 댓글을 통한 비난을 보면 극단적으로 치우친 의견들이 거리낌 없이 표출되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생각을 나누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얘기를 나눠봐야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안심과 확신 외에 득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

내 의견에 찬성해줄 사람,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또 내가 원하는 바를 훤히 아는 사람으로부터 내 생각이 옳다는 확증을 얻고자 하는 것도 소통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 나에게 찬성할 것이라는 확신에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내 의견만 전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 아닐까?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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