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생 젊은이’ 대책 갖고 있나
새 정부 ‘기생 젊은이’ 대책 갖고 있나
  •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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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잘 사는 나라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기생충은 멸종 상태로 더 이상 인간에게 위협을 미치지 못한다. 기생충 감염률이 3% 내외인 우리나라 역시 기생충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기생충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동물, 특히 야생에서 사는 동물은 정말이지 온갖 기생충에 감염돼 있는데 예를 들어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고래회충이라는 기생충을 몸에 지니고 있어 우리가 야생동물을 붙잡아 일일이 구충제를 주지 않는 한 이들 동물은 기생충에 걸린 채 일생을 마감해야 한다.
 
기생충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이기에 기생충의 기원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우선 기생을 하면 편하게 먹을 것을 조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감수해야 할 희생이 만만치 않다. 현행 헌법에서 보장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데다 결혼 한번 못해보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지 않은가?
 
기생충이 많은 시절이면 모르겠지만 사람 몸 안에 들어간 회충이 제대로 짝짓기라도 하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기생충은 왜, 언제부터 기생생활을 시작했을까? 정준호가 쓴 <기생충, 우리들의 동반자>는 기생충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물들은 좀 더 편하게 먹고살기 위해 몸집을 키우거나 줄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남들보다 신체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했다. 이런 적응과 변화의 과정을 진화라 한다.(중략) 모두가 억척스레 살아가던 도중, 발상의 전환을 일으킨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바로 기생충이었다. 기생충들은 주변 환경을 개척하거나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경쟁하기보다는 아예 다른 경쟁자들의 몸 안에 들어가 그들이 획득하는 물질을 고스란히 가로채기로 했다’
 
먹고 산다는 게 지금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먹을 게 더 부족했을 테니 다른 이의 몸에 기생하려는 생물체가 등장한 것도 이해는 간다. 라반데이라(Labandeira CC)라는 학자는 생명체가 출현한 직후부터 기생충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정준호 역시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화석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초기 생명발달의 과정에서 정확히 언제 기생이라는 형태의 활동이 등장했는지를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생이라는 생활형태가 대단히 보편적이며 효율적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일찌감치 나타났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2억7천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기생충의 알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덴치엔 디아스 (Dentzien-Dias PC)가 최근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고생대 상어의 분변에서 촌충으로 생각되는 기생충의 알이 잔뜩 나왔단다. 핵막이 있는 생물체가 처음 등장한 게 15억년 전이 고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상어의 화석이 4억 년 전 이었으니 이번 발견은 생명체의 탄생 초기부터 기생충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그림 2. 상어의 분화석에서 발견된 촌충의 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독립해야 할 나이에도 계속 부모님 집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는 생활양식’을 기생생활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분들도 크게 봐서는 기생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어의 기생충으로 보건대 기생생활이 늘어나는 건 본능에 의한 회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생생활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짝짓기를 위협하는 위험한 방식이다. 새 정부가 늘어만 가는 기생생활을 줄이도록 애써 주면 좋겠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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