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만으로 국민이 건강해질까
담뱃값 인상만으로 국민이 건강해질까
  • 조창연 헬스경향 편집국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4.09.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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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이 연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정부안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은 4500원이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이 2000원 오를 경우 가격인상으로 소비가 34%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세수는 연간 2조83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며칠 전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인상안이 통과되면 하루에 담배 한 갑 피우는 사람을 기준으로 1인당 세부담이 연간 121만7000원에 달하게 된다. 담뱃세 못지않게 세율이 높은 것이 주세(酒稅)인데도 출고가 1000원에 530원의 세금이 붙는 소주를 기준으로 연간 2296병, 하루 평균 6.29병을 마셔야 그만한 세금을 내게 된다. 유류세와도 비교했다. 세금이 907원정도 붙는 휘발유 1ℓ로 10㎞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1만4060㎞를 달려야 121만7000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10㎞를 17번 왕복해야 하고 어지간한 사람의 연간주행거리라는 것이다.

인상안이 발표되자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까지 가세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 증세’라는 입장과 ‘국민건강을 위한 흡연율 감소’라는 견해로 나뉘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이뤄진 담뱃세는 현재 2500원짜리 담뱃값의 62%인 1550원이다. 하지만 인상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세금이 3318원으로 급증한다. 무려 73.7%에 달한다. 개별소비세(594원)를 신설한데다 354원인 건강증진부담금을 841원으로 올려 모두 1768원의 담뱃세를 추가로 걷기 때문이다. 여기에 담뱃값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2015년부터는 물가인상 시 담뱃값도 함께 오르게 했다.

정부가 인상안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한 흡연율 감소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현재 43.7%인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신 금연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흡연자가 금연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금연보조제와 치료제 처방을 받는 경우 비용의 70% 정도를 부담한다고 한다. 또 금연광고와 캠페인을 확대하는 등 금연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담배의 해악을 알리는 꾸준한 금연캠페인 등의 영향으로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8년 66.3%였던 남성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해 2007년에는 45%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2.1%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꾸준히 감소하는 흡연율을 그저 담뱃값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마치 학생이 잘못했을 때 마음을 움직여 교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때려서 고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담뱃값 인상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더 많이 떨어뜨릴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실제통계와는 달랐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성인남성흡연율은 47.5%, 가장 높은 남성층이 36.6%로 소득이 적을수록 담배에 의지하는 경향이 오히려 강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담뱃세는 소득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붙는 세금이다. 오히려 서민등골만 빼먹는 짓이라는 지탄이 나오는 이유다.

납세자연맹 회장이 정부가 저항이 심한 직접세를 걷기 부담스러우니 속칭 ‘죄악세’에 눈을 돌린 것이라며 담뱃세를 갑자기 과도하게 올리면 담배를 못 끊는 저소득층흡연자들만 세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담뱃값(세금) 인상은 명백한 증세다.

<조창연 헬스경향 편집국장 des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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