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무조건 뽑을 필요 없다”
“사랑니 무조건 뽑을 필요 없다”
  • 정희원 기자
  • 승인 2013.02.2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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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몸 붓고 염증 생기면 발치…통증 가라앉았을 때 발치 적기

# 양쪽 위아래 사랑니 네 개가 모두 난 C양.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갈수록 잇몸이 붓고 통증도 생겨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치과에 가야 하나 고민되지만 매일 아픈 것도 아니고 관리만 잘 하면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진통제로 대처하고 있지만 사랑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어금니 제일 뒤쪽에 있는 치아인 사랑니는 보통 20세 전후에 발생하는데 사랑을 경험하는 나이쯤에 생긴다 해서 사랑니라고 불리게 됐다는 말이 있다. 사랑니가 똑바로 난 경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겨 밤잠까지 설치게 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미친다.

인류 진화로 불필요하게 된 사랑니

사랑니가 나는 이유는 뭘까. 2011년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서는 사랑니는 조상의 식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류학자 타우바델 영국 켄트대학교수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수렵·채취를 통해 음식을 구했는데 이 음식들은 대부분 설익고 가공이 덜 돼 딱딱했다. 이렇다보니 음식을 먹으려면 많이 씹어야 했고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은 치아가 필요했다. 

하지만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가공된 부드러운 음식이 많아지고 더 이상 많은 치아와 발달된 턱이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 점점 더 턱은 짧아지고 많은 치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졌지만 어금니 안쪽 치아인 ‘사랑니’는 그대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크기?형태 다양…검사 쉽지 않아 염증 후 발견

사랑니가 났을 때 무조건 뽑는 것이 능사일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 김창현 교수는 “사랑니 발치는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라며 “사랑니로 인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거나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 발치를 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을 때는 발치를 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잇몸 속에 완전히 묻혀 아무 증상도 없거나 사랑니가 똑바로 나와 사랑니와 뺨 사이의 간격이 칫솔질이 잘 될 정도로 충분하면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치가 잘못된 사랑니와 칫솔질이 힘든 경우에는 뽑는 것이 맞다. 


사랑니는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똑바로 나지 않고 기울거나 누워있는 경우 잇몸에 파묻히기도 한다. 이럴 경우 음식물 찌꺼기가 잇몸과 사랑니 사이에 끼기 쉽고 칫솔질도 쉽지 않아 세균증식으로 인해 충치와 염증이 생기기 쉽다. 사랑니에 충치가 생기더라도 검사가 쉽지 않아 치통이 생기고 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대학교 치과구강외과 하지영 교수는 “사랑니 주위에 생긴 염증은 잇몸·얼굴을 붓게 만들고 심하면 침이나 음식 삼키기도 힘들어지면서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목 안쪽이나 턱뼈로 퍼지는 경우 입을 벌리기도 어려워져 입원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뺀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치료를 미루다보면 사랑니 옆에 있는 어금니까지 빼야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 완화 때 발치…발치 후 관리도 중요

그렇다면 사랑니는 언제 빼야 할까. 전문의들은 통증이 완화됐을 때 사랑니를 발치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통증과 염증이 있을 경우 발치 후에도 얼굴이 부어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힘들기 때문. 이미 염증이 심각해진 경우 2차 감염의 위험성이 있어 발치가 어렵다. 

하 교수는 “특히 임신한 여성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이럴 때 사랑니로 인한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쉽지 않아 미리 뽑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사랑니는 사실 별 기능이 없는 치아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뽑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전에 전문의와 상의해 사랑니 발치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창현 교수도 “사랑니 발치 후 관리도 중요하다”며 발치 후 올바른 관리를 통해 구강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사랑니 발치 후 주의사항

- 입 속의 거즈는 3시간 정도 물고 있도록 한다. 수술 후 2~3일간 약간의 피가 침에 섞여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정상적이다.
- 마취 상태는 3시간 정도 지속된다. 이 때 혀나 입술을 깨물지 않도록 주의한다.
- 발치 후 하루 정도는 얼음주머니로 냉찜질 하는 것이 좋다.
- 발치 부위에 혀나 손가락을 대지 않는다.
- 빠는 행위(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는 것 등)를 삼간다.
- 발치 후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고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삼간다.
- 발치 후 무리한 운동과 목욕이나 사우나는 자제한다.
- 발치 후 약 2주간은 술·담배는 금물이다.
- 발치 부분은 1주일 동안 가볍게 가글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상적으로 양치질 해 구강청결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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