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프리식품 건강식 아냐” 위험성 근거도 부족
“글루텐프리식품 건강식 아냐” 위험성 근거도 부족
  •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 승인 2014.09.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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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글루텐 프리식품 기준도 없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글루텐 프리식품은 건강식이 아니며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일부 광고나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29일 ‘글루텐 안전성 바로보기’ 심포지엄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6월 글루텐이 일으키는 대표질환인 셀리악병에 걸린 한국인이 최초로 보고되면서 밀가루의 위험성과 함께 글루텐 프리식품이 건강식인 것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은 글루텐 프리식품은 글루텐 함량만 낮춘 제품일 뿐 당류나 탄수화물은 오히려 더 많이 함유된 경우가 많다.

셀리악병은 두통, 피루, 근육통, 관절통과 우울증, 골다공증, 불임,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부를 수 있는 큰 병이지만 발생률이 인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백인에서 흔하며 중동 국가에서 일부 보고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6월 보고된 여성환자가 최초다.

셀리악병은 ‘HLA-DQ2’라는 유전자가 있는 경우 발병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글루텐 프리음식은 셀리악병에 걸린 사람의 치료제로 쓰이며 일반인이 굳이 글루텐 프리식품은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식품의약청은 글루텐을 오래 전부터 섭취했기 때문에 ‘안전한 성분’으로 인식하고 있고 제품에 따로 글루텐 함량을 표시하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와 영국, 캐나다에서 적절한 함량표시를 권장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글루텐 함량에 대한 권고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식품 열풍이 부는 것은 서구에서 HLA-DQ2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많고 그만큼 셀리악병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해당 유전자가 없는 우리 국민들이 글루텐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셀리악병은 미국에서 인구 113명 당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유전적 성향이 다른 한국인에게서 해당 질병의 발병률이 올라갈 확률은 거의 없다.

국내 최초로 셀리악병 환자를 보고했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셀리악병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병으로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HLA-DQ2 유전자를 가진 한국인은 거의 없다”며 “밀가루 섭취가 우리 국민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결혼 등의 증가로 인해 향후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이 늘어날 순 있지만 당장 이를 염려할 수준은 아니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글루텐 프리식품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근거도 부족한 만큼 업계의 과도한 홍보에 치중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루텐은 밀, 호리, 보리 등에 든 단백질의 일종으로 밀 단백질의 약 85%를 차지한다. 글루텐 프리식품의 경우 밀가루 대신 쌀가루, 타피오카 전분, 옥수수가루 등으로 제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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