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에도 독감백신은 진화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독감백신은 진화하고 있다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10.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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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예방접종시기가 다가왔다. 지금은 동네 보건소에서 쉽게 접종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2009년까지만 해도 독감백신 생산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매년 ‘독감백신파동’이라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국내 최초로 자체개발에 성공한 독감백신은 녹십자의 ‘지씨플루’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12번째로 독감백신생산국이 됐다.

귀한 대접을 받았던 독감백신은 자체생산을 시작한지 불과 5년만에 공급과잉으로 매년 400만도즈(1회접종분 단위)가 폐기처분되는 수준까지 왔다. 녹십자에 이어 SK케미칼, LG생명과학,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력 싸움에 들어갔다. 이들이 꺼내든 카드는 4가백신과 세포배양방식의 개발이다.

일반적으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은 3가지 유형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백신이다. 3가백신만으로도 충분히 독감을 예방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독감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대유행이 번지면서 4가백신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함과 동시에 더 빨리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독감백신은 부화중인 유정란(달걀)에 바이러스를 일일이 접종해 배양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됐다. 반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세포배양방식은 동물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유정란 공급에 상관없이 단기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조류인플루엔자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달걀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백신접종이 가능하며 생산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 정도로 단축되는 등 유정란방식의 단점을 극복했다.

 

백신의 진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신종플루와 같은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국가안보차원으로 접근해 노바티스, 박스터 같은 회사들이 세포배양백신을 이미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열심히 개발한 백신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폐기처분되는 현실이 씁쓸한 것만은 사실이다. 백신안보에 일조함은 물론 끝없이 기술경쟁을 펼치는 회사들의 힘을 북돋우는 차원에서라도 보건당국이 불필요한 생산량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절한 개선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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