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국정감사,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 조창연 편집국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4.10.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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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간의 국정감사가 엊그제 끝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건복지 각 분야에 대한 질타와 그에 대한 답변이 이뤄졌다. 국감기간 내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자료를 쏟아내며 잘못된 점을 지적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정부기관과 산하 단체들은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기를 바라면서 몸 사리는데 충실했다.

조창연 헬스경향 편집국장

예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는 국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호통부터 치는 국회의원과 답변에 쩔쩔 매는 기관장들. 단지 좀 달라진 것이라면 올해 6월말 하반기 국회 복지위원이 교체되면서 새누리당 소속 복지위원들이 대폭 교체된 탓인지는 몰라도 상대적으로 뿌려지는 자료가 좀 적었다는 점 정도일까.

보건복지분야 국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7일 열린 올해 식약처 국감은 ‘파라벤치약’이 장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가 입을 모아 파라벤 함유 어린이용치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어 의료기기인허가, 줄기세포화장품, 의약품 품질관리문제 등을 추궁했다. 국감이 시작되자 정승 식약처장은 치약 때문에 진땀을 빼야 했고 현재로서는 안전하지만 결국 파라벤함량을 줄이든가 다른 보존제를 사용하겠다고 답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올해는 좀 나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국감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과연 국감이 이런 식으로 진행돼도 되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치약의 유해성을 짚어내고 당연히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점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하지만 식약처 국감을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감은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실시한다. 올해는 21일에 불과하고 종합감사를 제외하면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각 부처에 대한 감사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 한해의 나라살림을 평가하는 국감이 이런 식으로 진행돼도 정말 괜찮은 걸까.

식약처만 해도 국내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바이오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부처다. 먹거리, 의약품 등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늘면서 청에서 처로 승격됐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들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파라벤 함유 치약에 대한 부분은 국감이 아니더라도 평소 의원실의 지적과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일이다.

기관장 한 분이 하도 시달리는 모습에 위로를 건넸더니 국감을 마치고 한 말이 있다. “뭐, 이런 정도야 일 년에 한번인데 견뎌야죠, 이 정도는 별 거 아닙니다. 하루 이틀 고생하면 끝나는 일이고 의원들이야 국감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니까 이 정도는 고개 숙여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말 그대로 정말 국감을 통해 국가정책을 감사하는 것을 보고 싶다. 국가정책의 미숙함과 잘못에 대해 따지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평소에도 자신이 소속된 분야의 정책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의원은 없는 걸까.

<조창연 헬스경향 편집국장 des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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