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해 ‘PPC주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지방분해 ‘PPC주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10.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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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허가된 용도보다 뜻밖의 다른 용도에서 더 빛을 보는 치료제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지방분해주사로 많이 알려진 ‘PPC주사’다.

한때 미국가수 브리트니스피어스가 이 주사로 살을 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열풍이 분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PPC주사는 ‘간경변에 의한 간성혼수보조제’로 허가받은 치료제다. 간성혼수보조제가 지방분해용도로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를 전문용어로 ‘오프라벨’처방이라고 한다. 오프라벨은 식약처에서 의약품을 허가한 용도 이외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허가사항에는 없지만 의사의 임상이나 경험적 판단에 따라 재량껏 처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부 피부과, 성형외과의원들은 PPC주사가 복부지방분해에 효과를 보인다는 이유로 ‘원하는 부위만 빼주는’ ‘초고속지방분해’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여성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실제 PPC주사는 한 제품당 매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오프라벨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한 임상근거가 부족해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PPC주사 역시 많은 이들이 시술받은 만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심한 경우 피부괴사나 함몰의 사례 등도 보고된다.

이렇듯 열풍과 논란에 휩싸였던 PPC주사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에 허가된  두 가지 제품(진양제약 ‘리포빈주’, 대한뉴팜 ‘리피씨주’) 모두 최근 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본래 용도가 아닌 지방분해로 더 많이 사용됐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PPC주사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지난해 7월까지 600명의 간성혼수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심사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환자수를 채우지 못해 결국 허가취소된 것이다.

그렇다면 PPC주사를 국내에선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는 걸까. 재생산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허가취소된 제품의 경우 1년 후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제출하면 식약처에서 재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심사에 준하는 자료이상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모집은 물론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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