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냐? 나도 힘들다” 아빠도 겪는 ‘산후우울증’
“힘드냐? 나도 힘들다” 아빠도 겪는 ‘산후우울증’
  •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 승인 2014.10.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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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10명 중 1명꼴로 출산 후 6~12주에 경험하는 비정상적 우울증인 산후우울증은 여성들만 겪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남편들도 산후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평균 25세의 남성 1만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가 태어난 지 5년 이내에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아버지가 아닌 또래 남성에 비해 6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아빠’ 돼야겠다는 부담감이 우울증 키워
아빠의 산후우울증은 사회적 상황이 변하면서 늘어나는 일종의 적응문제다. 아빠의 산후우울증은 과거와 달라진의 성 역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아빠는 그저 돈을 벌어와 식구를 먹여 살리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가 끝난다고 여겨졌다. 지금은 임신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아빠도 공동의 책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상 육아나 아버지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자라는 남성들은 이에 대해 조언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스스로 아버지의 위치를 터득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하소연할 상대도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딸 바보’, ‘아들 바보’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좋은 아빠’가 돼야겠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다보니 불안, 초조함으로 이어져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남성의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아이에게만 쏠리는 아내의 관심, 가정 밖의 일 부담, 아내의 산후우울증 영향 등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원인이 대개의 비중을 차지한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산후우울증을 겪는 남성들은 아이가 태어난 뒤 좋은 아빠가 돼야 하는 부담과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부담을 나눠야하는 현실적인 것들이 뒤엉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한 증상을 겪더라도 그것이 우울증일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대화 시도로 부부가 함께 극복해야
아빠에게 생기는 산후 부적응은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문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증이다. 아이 때문에 결혼을 후회하거나 변화된 삶에 적응하지 못해 부부싸움이 잦은 경우 전문의 치료가 필요하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이 남편을 배려해 아내가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감정을 잘 살피고 칭찬을 많이 해주며 의욕을 돋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은 아이를 돌보고 육아분담을 하는 것이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로 인해 변화된 생활과 아이에게서 느끼는 부담감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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