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제대로 지적하는 방법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는 방법
  • 장은영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14.11.07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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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서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내 단점을 지적하거나 실수를 비웃고 과거 잘못을 일일이 따진다고 상상해 보라. 내 입장을 설명하려 해도 한낱 변명거리로만 치부하면 괴롭고 화가 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성인(聖人)이 아니고서는 울화가 치밀 것이다.

이처럼 비난받고 혼나는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그 사람이 단점을 깨닫도록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스스로 알아차리고 고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자발적인 해결을 기다리기에는 인내심에 한계가 있으며 더 큰 실수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바람이 강할 때도 있다.

 

잘못을 지적받는 일이 괴로운 만큼 잘못을 지적하는 일도 꽤 어렵다. 싫은 소리는 듣는 사람만큼이나 하는 사람도 불편하다. 물론 비난을 즐기는 이도 극소수 존재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잘못을 지적하고 혼내는 일이 유쾌하지 않다. 이 때문에 잘못을 지적하고 싶어도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싫은 소리를 해 서로 불편해지느니 아예 거리를 두기도 한다.

부모 중에도 아이를 혼내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자녀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강하게 질책하고 엄격하게 훈육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를 혼내는 작업에 매우 서툴다. 특히 칭찬을 강조하는 조언 등으로 자녀를 혼내는 것에 대해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는 자녀의 잘못에 대한 지적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자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 분개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심리학에서 얻어진 결론은 과도한 질책이나 훈육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훈육과 잘못을 가르치지 않는 것도 자녀의 성장발달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자녀를 훈육하는 부모든 친구나 동료가 잘못을 깨닫기 바라는 사람이든 이 과정에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그중 일부를 추려본다. 첫째, 칭찬이 항상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버려라. 섣부른 칭찬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진심이 결여된 기계적인 칭찬은 별 효과가 없다. 둘째, 왜 잘못인지 너무 길고 장황하게 말하지 말라. 잘못을 지적하는 입장에서는 이유를 설명해 상대를 납득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이유나 근거는 상대방에게 단지 길고 긴 비난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상대방이 더 묻지 않는 이상 이유는 짧고 굵게 한두 개면 족하다.

셋째, 혼낼지언정 화내지 말라. 화가 났음을 알려주되 표정과 목소리, 몸짓으로 이를 모두 표현할 필요는 없다. 넷째, 과거의 유사한 잘못들을 모두 끄집어내 일일이 열거하지 말라.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잘못을 반복해 저질렀다는 점을 알리고 싶겠지만 상대방은 이를 서운하게 받아들인다. 상대방으로서는 진작 사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셈이고 여태 감시받았다고 느껴질 뿐이다. 다섯째, 행동을 지적하고 비난해야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이 한 행동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가 구제불능이거나 한심하거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친구나 가족, 동료나 상사로부터 비난이나 질책을 받은 이가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 말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을 비난하고 혼낸 사람이 새디스트가 아닌 이상 그도 현재 괴롭고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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