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오늘날 왜 이렇게 됐을까
한의학은 오늘날 왜 이렇게 됐을까
  • 조창연 편집국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4.11.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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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비록 중국에서 전해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전통의학이다. 그 안에는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져온 수많은 민간의료요법은 물론 각종 독자의술이 집대성돼 있다. 우리만의 철학까지 내포하고 있는 조상의 숭고한 유산이기도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전통의학이 서양의학에 자리를 내주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한의학은 국내에서만큼은 서양의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유일의 전통의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한의학이 심각한 위기다. 하루아침에 진행된 일은 아니지만 끝없이 나락에 빠져든다는 느낌이다. 국내 한의과대학은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의과대학과 합격점이 비슷할 정도로 융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게다가 한방병원을 가진 대학들도 이를 축소하거나 없애려는 경향이다. 또 일선 한의원에서는 심화되는 매출급감을 호소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원인이 뭘까. 가만히 살펴보면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부요인으로는 먼저 한의학의 폐쇄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유명한의원들이 자기만 알고 남에게 공개하지 않는 특효약방문인 소위 ‘비방(秘方)’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이는 가족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의 사후다. 사람의 인생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만 비방을 간직하다보니 갑작스러운 사고나 죽음을 맞는 경우 좋은 처방들이 그대로 사장돼버린 것이다.

또 지나친 폭리로 인한 한의사의 신뢰성 하락도 문제가 됐을 것이다. 한창 보약을 먹던 시절인 20년 전의 약값과 지금의 약값에 차이가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약재로 보약을 지었는데 왜 가격은 같은 걸까.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자장면만 해도 2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가 올랐다. 아무리 생산량이 늘어 원재료가격이 오르지 않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시절 얼마나 폭리를 취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신뢰가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외부요인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 발달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등장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에는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보면 흔히들 알고 있는 쌍화탕에서 십전대보탕, 체력증강제로 사용하는 보중익기탕 등 거의 모든 한약조제방법이 나온다. 이전에는 한의원에서만 지을 수 있었던 약을 이제는 가정에서도 스스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비아그라 등 양약에 한약만의 독자적 위치를 내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의학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대략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을까. 지금부터라도 한의사들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표준화와 과학화에 보다 힘써야한다. 자기만의 비방을 중요시할 게 아니라 한의사라면 누구나 좋은 처방을 쓸 수 있도록 공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여는 것이 급선무다. 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침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더 많은 임상진료를 통해 이를 체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의사 개개인은 자신만의 특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의학만큼이나 우리 독자성을 세계에 명확하게 드러낼만한 콘텐츠도 드물다. 게다가 학문은 살아 움직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닌가. 한의사들 자신은 물론 한의학 발전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바람을 부디 잊지 않고 한의학 발전에 매진하기를 기도한다.

<조창연 헬스경향 편집국장 des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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