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측 오진’ 웬만해선 책임 물을수 없다
‘병원측 오진’ 웬만해선 책임 물을수 없다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11.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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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의료사고 사례 보니…
ㆍ조정 거부땐 각하…입증돼도 병원에 큰 불이익 없어

지난 1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지 7시간 만에 사망한 9살 전예강 양 사건이 내내 화제다. 코피를 흘리던 전 양은 응급실에서 요추천자(뇌척수액검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뇌수막염일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급히 요추천자를 실시했지만 갑자기 전 양이 비명을 지르더니 사망한 것. 추정사망원인은 출혈 등이 원인인 저혈량성쇼크다.

유족 측 변호사는 “당시 예강이의 피검사결과 급성백혈병을 의심, 요추천자가 아닌 골수검사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섯 차례나 검사에 실패한 레지던트 1년차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병원은 당당했다. 장례일 병원직원들은 “요추천자가 최선의 방법이었으며 그게 아니었어도 떠날 아이였다”고 둘러댔다. 유족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냈지만 병원이 조정을 거부해 각하됐다.

지난 5월 천안에서는 8살 서지유 양이 정형외과에서 골절수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학교운동장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져 가장 큰 인근정형외과를 찾은 서 양은 전신마취 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4 시간이 넘도록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의료진은 아이체력이 약해 늦어지는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5시간이 돼서야 제세동기를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지만 저산소성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병원에서 유통기한이 3개월 정도 지난 마취주사를 사용했으며 간호조무사가 마취주사를 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인규명에 가장 중요한 산소포화도기록조차 없으며 수술 전후 상태도 전부 잘못 기록돼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마취과정에서 문제가 발생, 자발호흡이 회복되지 못하고 저산소성뇌손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병원은 고작 한 달 동안 마취제 관련 업무정지를 당했을 뿐 정상운영 중이다. 하지만 담당 마취과의사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분쟁조정중재 성공사례도 있다. A씨(여·79)는 지난해 1월 왼쪽가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해 병원응급실에 이송됐다.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돼 검사받는 중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 측은 ‘조금만 참아라. 곧 나아질 것’이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4시간 후 A씨는 갑자기 의식저하를 보이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보호자는 “병원에서 4시간 동안 응급환자를 방치, 심장괴사·뇌손상·심정지로 사망하게 했다”며 병원치료비 23만2000원, 위자료 등 합계금 5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응급처치과정이 지체된 점, 환자 및 가족에게 응급의료 설명 및 동의서 작성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에 병원책임이 있다며 환자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등 1813만9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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