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며 순위 매기지 마세요
비교하며 순위 매기지 마세요
  • 장은영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14.11.2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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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당신은 다른 누군가와 자신을 몇 번이나 비교했는가? 이 질문 자체가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횟수가 문제임을 이미 전제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수없이 비교하며 살아간다.

심리학에서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행위를 ‘사회비교’라 한다. 그냥 비교라 말하면 자연스러울 텐데 굳이 ‘사회’라는 말을 붙이니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다만 심리학자들이 사회비교라고 부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비교하는 과정에는 나 자신과 함께 비교대상이 항상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심리학에서는 둘 이상의 대상을 다룰 때 ‘사회’나 ‘대인간’이라는 표현을 추가한다.

 

비교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친구일 수 있고 동료일 수도 있다. 상사나 부하직원일 수 있고 선배나 후배일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장면의 나일 수도 있다. 현재의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나일 수도 있고 과거나 미래의 나일 수도 있다. 때로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상상 속의 인물을 비교 대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공금을 횡령한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큰 액수를 횡령한 가상의 누군가를 만들고 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은 훨씬 양심적이라 합리화하는 경우다.

이처럼 비교 대상이 광범위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비교하는 행위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교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거나 인식하는 순간 관심과 주의를 다시 내 자신에게 돌리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입은 겨울외투에 눈길이 가면 이내 자신의 겨울외투에 대해 생각하고 이 둘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교는 우리 일상에 그대로 녹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다른 이들도 당신에게 그렇게 조언했을 것이다. 잘난 동료와 비교하며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말이다.

심리학에서 사회비교가 처음 연구되던 시기에는 우열이나 서열의 개념이 강조되지 않았다. 오히려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자신과 비교해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고 자신을 평가하는 과정에 더 관심이 있었다. 사회비교는 인간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안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간주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우열의 개념이 자주 포함된다. 비교한 후에는 꼭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비슷한 수준이어도 구분해서 서열을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듯싶다. 심지어 우열을 가리지 않는 것은 비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비교하지 말라는 충고는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고 열등감이나 우월감이나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비교나 서열화는 비단 우리사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비교하고 그 결과로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많다. 물론 순위나 서열화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비교와 서열화가 항시 동반되는 것은 위험하다. 비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교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단 오늘은 꼭 한 가지만 기억해두도록 알리고 싶다. 원래 비교는 둘 이상의 대상을 찬찬히 살펴보고 평가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교의 결과가 항상 서열화일 필요는 없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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