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치료비 ‘먹튀환자’와 전쟁 중
병원은 치료비 ‘먹튀환자’와 전쟁 중
  •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 승인 2014.1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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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40대 외국인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왔다.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우선 상황이 위급해 복부촬영 후 수술에 들어갔다. 장이 꼬여있는 상태였지만 다행히 장협착은 생기지 않아 무사히 마무리됐다.

수술 후 안정단계를 지나 수술비정산요청을 하고 퇴원을 하루 앞둔 새벽, 환자가 사라졌다. 새벽 2시의 늦은 시간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사바늘이 빠져 있는 침대에는 핏자국이 선명해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의 한층 전체가 뒤집혔다. 책임간호사는 문책을 당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환자는 환자복수거함 옆에 숨어 있다가 간호사들이 각 병실마다 환자를 확인하는 틈을 타 계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의 정확한 신분확인을 위해 기록을 조회한 결과 신분증은 위조된 것이었다. 그는 불법체류자였고 가짜신분증으로 저지른 범죄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하는 범죄자였다.

또 다른 경우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이었다. 퇴원할 때까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내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어 퇴원시켰다. 병원 법무팀과 보험심사팀이 환자의 집을 찾았지만 환자는 그 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주민등록상의 주소는 가짜였고 그의 진짜 집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였다. 하지만 그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상태였다. 병원이 수사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기에 환자를 고발했지만 관련 기관은 이 상황을 병원에서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병원은 환자의 재산상황을 증명해 치료비를 받아야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처럼 환자가 사라지거나 거짓된 상황으로 인해 증발하는 진료비가 엄청나다고 한다. 규모가 큰 대형병원의 경우 연간 수억원에 달할 정도다. 물론 정말 형편이 어려워 치료비를 지불하기 힘든 환자도 있다. 하지만 사례들처럼 고의로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환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동네의원의 경우 환자가 많은 오후시간대를 노리거나 1인 회복실이 있는 성형외과를 일부러 찾아가는 등 애초부터 병원비를 내지 않으려는 환자도 있다.

따라서 몇몇 병원은 외국인환자의 병원비를 선지급 받는다. 금액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다양하다. 신분이 정확히 확인되기 전까지 전액비급여로 치료하고 그 후 조정을 통해 급여비용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불만이 속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고도 적정비용을 받지 못하거나 수술환자가 도망간 경우에는 수술 후 관리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환자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록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병원의 환자가 늘어날수록 법무팀과 보험심사팀을 보강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나 하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정직한 환자들까지도 의심 받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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