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피는 꽃…, 성조숙증
너무 빨리 피는 꽃…, 성조숙증
  • 경향신문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승인 2014.12.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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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분비계 이상으로 과잉 성장…발견 늦으면 성장판 일찍 닫혀 키 안 자라
ㆍ치료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여아 9세·남아 10세 이전 치료 땐 보험 적용


겨울방학은 평소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자녀의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기이다. 2007년부터 5세 이하의 소아를 대상으로 영·유아 검진이 시행돼 성장에 문제가 있는 소아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건강의 기본지표인 성장 및 신체 발달 상태를 6세 이후에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확인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특히 최근 5년 새 사춘기가 일찍 발현되는 성조숙증 환자가 4.4배 증가하는 등 성장 이상을 겪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방학을 맞아 소아내분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녀의 성장이 정상 범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조숙증은 아이의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만 8세 미만의 여아에게서 유방 발달이 시작되거나, 만 9세 미만의 남아에게서 고환 크기가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뇌종양이나 뇌수종, 부신 과형성, 갑상샘 저하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아의 경우 가슴 멍울이 생기는 등 유방에 먼저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초경이 일찍 시작되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현상도 생긴다. 남아는 고환이 커진 후, 음경이 굵어지고 색깔도 짙어지며 음모가 나기 시작한다. 또 피부가 지성으로 변해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초경이나 음모 발달은 사춘기가 상당히 많이 진행한 후반에야 나타나는 증상들이므로, 그 이전에 소아내분비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경 교수는 “성조숙증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과잉 성장 상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질환인 만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번 겨울방학에 자녀의 몸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권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조숙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녀의 성장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여 정확히 검진을 받으려는 부모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같은 나이라도 신체 성장과 사춘기 발달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사춘기가 약간 빠르다고 해서 모두가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시기와 더불어 진행하는 속도 또한 중요하다.

병원에 가면 우선 신체 진찰(키, 체중, 가슴 발달 및 고환 크기, 음모 여부 등 확인)과 뼈나이(골연령) 측정과 같은 기본 검사로 성조숙증 유무를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간단한 혈액 검사(빈혈, 혈당, 간 기능 등 확인)와 호르몬 검사(갑상샘 호르몬, 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중간물질)로 성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건강 이상이나 내분비적 이상은 없는지 살펴본다.

사춘기 억제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 확진을 위해서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자극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남아나 6~7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된 여아의 경우 원인이 될 만한 중추신경계 이상은 없는지 MRI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예측 키에 도달하지 못하고, 신체 나이와 정신 연령 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유 교수는 “성조숙증은 다양한 요인에 의한 호르몬 이상으로 발생하는 내분비계 질환으로 소아내분비 전문 의료진에게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소아내분비 전문 진료가 필요한지 상담하고, 필요 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소아내분비 전문진료를 예약하면 된다.

유 교수는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진성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약제(GnRH 유도체)를 4주 간격으로 주사하여 치료하고 가성 성조숙증은 그 원인을 찾아서 수술로 제거하거나, 성호르몬 억제제 치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성조숙증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더 좋다. 뼈나이가 이미 너무 많이 앞서 있는 경우, 손실된 성장 잠재력을 완전히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 중 여아는 만 9세,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모든 어린이가 약물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사를 유지하면서 관찰하는 경우도 많다. 유 교수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치료법을 시도하거나 무분별한 식이 제한으로 아이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의학적 치료가 성조숙증 해결의 올바른 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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