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의료기사면허신고제’
겉도는 ‘의료기사면허신고제’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12.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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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부·단체 통제수단 몰락 우려
ㆍ보수교육 주먹구구·관리 부실

지난달 의료기사면허신고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의료기사는 3년마다 취업상황, 근무지 등을 보건복지부에 신고해야한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정부·단체의 통제수단으로 몰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출하는 사람도 많다. 흉흉한 분위기를 틈타 의료기사들 사이에 ‘면허정지처분통지서’라는 스팸문자마저 돌고 있다.

의료기사는 의사·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하거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자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의무기록사, 안경사 등 8개 직종이 해당된다. 의료기사 수는 지난 6월말 기준 30만여명이다.

의료기사면허신고제는 면허발급 이후 지속적인 활동실태 등을 파악해 인력수급과 질적 관리를 도모하고자 추진됐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등은 이 제도가 의료기사의 질적 향상이 아닌 정부·단체의 통제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수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관리감독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 김은영(가명·27) 씨는 “협회 보수교육은 예전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으로 상당수가 시간가기만 기다린다”며 “많은 사람들이 보수교육을 받지 않고 버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씨를 비롯한 의료기사들은 보수교육에 최신동향이 반영돼야하며 경력에 따른 교육차별화가 이뤄져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문제는 보수교육비다. 현재 관련 단체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이용해 회원들에게 수십만원대의 교육비를 받고 보수교육을 진행한다. 회원으로 등록된 사람에게는 교육비를 50% 이상 할인해주지만 등록되지 않은 다수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업주부로 지내온 방사선사 이모 씨 역시 “보수교육을 받으려면 밀린 회비를 모두 지불하라는 말에 황당했다”며 “평생회비제도 등을 마련해 부담을 줄여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치과기공사협회 권은자 교육이사는 회원들이 보수교육계획서 등에 대한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자 “면허신고제 첫 해인 만큼 행정절차상 여러 면에서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부터는 계획단계부터 면허신고체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과위생사협회를 비롯한 다수 협회가 사이버보충보수교육을 신설하고 온·오프라인 교육시간을 늘려 보수교육이수기회를 제공, 편의를 도모할 계획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 김태희 법제부장은 “회원, 비회원간 보수교육비 차등문제가 논란의 핵심이지만 이는 성실히 회비를 납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형평성문제”라며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복지부가 협회에 보수교육을 위임해 생기는 폐단이 적지 않다”며 “면허신고제를 통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보수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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