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현미경 담긴 내시경으로 발견 즉시 수술
위암, 현미경 담긴 내시경으로 발견 즉시 수술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5.0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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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조직검사까지 동시 진행…치료시기 앞당겨

위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위 내시경의 진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도입 초기엔 위벽의 궤양이나 위축·돌출 등 이상 병변을 관찰하는 데 그쳤다. 최근엔 갈고리로 위점막 표면의 용종 등을 잘라내는 시술(EMR) 등을 통해 치료의 개념까지 갖게 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칼로 위 점막을 도려내는 기술도 구사하게 됐다. 단계적인 발전에 따라 전 단계가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모든 시술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위 내시경의 임상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기 위암을 조직검사 없이 첨단 위 내시경으로 수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과 ‘위점막하 내시경수술’(ESD)의 접목을 통해 조기 위암을 내시경 진단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술할 수 있는 최신 시술법이다.

위벽은 점막·점막 하층·근육층·장막층 등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암은 암세포가 조직에 얼마만큼 깊이 침범했느냐에 따라 병기가 판정된다. 조기 위암은 종양이 점막이나 점막 하층까지만 침범한 경우에 해당한다. 점막 부위까지만 자리잡은 암은 림프선 등 다른 경로로 전이될 위험이 거의 없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병·소화기암센터에서 조주영 교수가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제공

이 단계에서 떼어내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국민암통계를 보면 위암은 2만9727명이 걸려 전체 암 가운데 15.4%를 차지했다. 이 중 10% 정도가 현재 내시경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치료내시경은 진단 후 병변을 떼어내 병리조직검사를 해야만 위암의 병기를 확진할 수 있어 치료기간이 오래 걸린다. 내시경 진단 후에 1주일 이상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관련 학계에서 개선해야 할 주요 과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는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내시경 검사와 동시에 위암 확진이 가능해 상당한 경우에서 조직검사를 생략하고 ESD 시술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조직검사만큼 정확한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이 국내외 의료계에 보급되고 있다. 조주영 교수팀(복진현, 전성란)이 국내 최초로 이 내시경을 도입해 위암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공초점 현미경이란 기존 가시광선을 쓰는 광학 현미경과 다르게 레이저 빛을 이용해 사물을 확대한다.

공초점 현미경이 탑재된 내시경을 하면서 병변을 최고 1000배까지 확대함으로써 이전에 관찰하지 못했던 위점막의 세포 및 정밀한 조직구조까지 판별할 수 있다. 조직검사 없이도 내시경검사를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암을 구분할 수 있고, 조직검사로 인한 출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 교수는 “2009년부터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을 이용한 임상실험을 통해 그 우수성을 확인하였고 지난해 미국소화기학회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공초점 현미경의 진단 정확도가 매우 높고(94%), 암의 분화도(악성화 정도)까지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조기위암 수술에서는 내시경적 조직검사 소견과 최종 병리 소견의 차이가 25% 이상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조기 위암에 대한 과다 또는 과소 치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위 점막 표면과 점막하층의 세포, 조직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찰하여 광학적 조직진단을 할 수 있는 장비다. 특히 암세포의 분화도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상당 부분 생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암의 진단과 동시에 내시경적 시술이 가능하다.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를 하면 대부분 조기 위암으로 판정된다. 복강경이나 개복 없이 위 내시경을 이용한 ‘점막하박리술’로 360도 도려낼 경우 2∼3일만 입원하고,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암세포를 떼어낸 자리에 남은 위궤양은 한 달 정도 약을 먹으면 대부분 사라진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위암뿐 아니라 기존 방법으로 조기진단이나 병기 판독이 까다로웠던 여러 복강 내 장기들에 발생한 암의 진행 여부를 판정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캘리포니아대 소화기병센터 케네스 J. 창 교수는 “초음파나 현미경을 도입한 디지털 내시경을 이용하면 광학적 조직검사가 가능하다”면서 “기존의 조직검사로 어려웠던 심부 장기들, 특히 췌장과 같은 장기의 조직검사에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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