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내 몸, 숲이 치료한다
아픈 내 몸, 숲이 치료한다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6.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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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건강 증진·면역력 높이는 산림치유 ‘주목’

“숲에 가서 나무를 안아보세요. 나무에게 마음 속의 일들을 속삭이세요. 맨발로 걸어보세요.”

산림휴양이나 산림욕보다 한 단계 발전된 ‘산림치유’(Forest Therapy)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우울증·고혈압·아토피 피부염·주의력결핍·화병 등 정신·신체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치유란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으로, 휴식기능보다는 치유기능이 강조되는 개념이다.

전남 장성의 자연휴양림에서 개최된 삼림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지난 2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림치유 활성화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의 추진 현황과 그동안 이뤄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숲이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그리고 질병까지 치유하는 열린 공간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러 연구 분석에 따르면 산림치유 효과는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등 흡입물질과 경관, 소리, 햇빛 등 다양한 요소의 종합적인 기능에 의해 발휘된다.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등에서 뿜어지는 건강물질이다. 주성분은 테르펜(유기화합물)으로, 이를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각종 건강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음이온은 도시보다 산림에 많은 양이 분포,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혈압강하, 피로회복에도 좋다. 산소는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한다.

아름다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안정에 효과적이다. 녹시율(綠視率)이 높을수록 정서적 안정감이 증가한다.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계곡물소리 등 자연의 원음은 쾌적감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 햇빛은 자외선을 피하면서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데 기여하고 세로토닌을 잘 분비시켜 활력과 생기를 부여한다.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박범진 교수는 일본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숲속을 15분간 산책하며 경관을 바라보면 스트레스 호르몬, 심장박동, 혈압 등이 낮아진다”면서 “2일 정도 체류하면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지고, 한 달이 지나도 숲에 가기 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 달에 1~2회 정도, 하루 이틀가량 숲 속에 몸을 담그는 것이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우울증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4주간 산림치유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상태가 크게 호전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과 서울성모병원이 사회적기업 종사자 32명을 대상으로 3일간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각종 질병의 원인인 스트레스 수치가 의미있게 감소했다. 또 산림청이 33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숲에서의 혈압이 평균 9.6㎜Hg(수축기)~4.5㎜Hg(확장기) 낮아졌다. 소아아토피 환자들은 아토피 진단 척도가 11.9에서 4.9로 평균 7점 낮아졌다.

산림청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은 “산림치유 프로그램 표준화, 산림치유지도사 양성, 치유공간 확보 등을 통해 전국의 숲을 국민건강 자원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더 많은 국민이 숲이라는 신체적·정신적 안식처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연구를 지원하고 둘레길 개발 등 인프라 확대와 이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 81.5%, 질환자의 78.5%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에서는 전국 48곳에 산림치유 기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는 양평, 전라남도 장성, 강원도 횡성 등 3곳의 자연휴양림에 산림치유센터가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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