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놀란 가슴 재채기에도 ‘깜짝’
메르스에 놀란 가슴 재채기에도 ‘깜짝’
  •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 승인 2015.06.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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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인 조태문 씨(72세, 남)는 최근 여러 개의 건강기능식품을 잇달아 구입했다. 메르스(MRE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병원 방문이 용이치 않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한 것이다. 조 씨는 “홈쇼핑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감염의 위험이 있을까봐 외출도 꺼려지지만, 집안이라고 안전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스트레스, 건강염려증으로 나타나기도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불안 증세가 야기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에 오보나 괴담, 혹은 여러가지 두려움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더해진 것”이라며 ‘병에 걸릴 수도 있다’‘병에 걸린 이후의 상황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공황발작에 앞서 나타나는 예기불안과 유사하다. 예기 불안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닥칠 것에 대해 미리 불안해 하며 걱정하는 증상이다. 이 같은 예기불안은 외출을 하거나 타인과 접촉하는 상황에 앞서 불안, 초조, 불면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며 심화되면 숨 쉬기가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한 신체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메르스로 인해 나타나는 불안 증세 중 하나다. 위생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건강에 좋다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조 씨의 사례가 이에 속한다. 이기경 과장은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 대응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자가처방, 건강기능식품 맹신 등 확실하지 않은 방법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라며 “미신이나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면 ‘강박’…전문가 치료 따라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메르스 사태를 배경으로 전에 없던 건강염려증 증세가 나타났다면 이는 외부적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질환에 속하는 ‘건강염려증’은 질병이 전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체 증상을 과도하게 해석해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에 따라 굉장히 많은 이들이 ‘건강염려증’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두통이나 피로감 등의 경미한 증세만으로도 중병을 추정하거나, 병이 없다는 의사 및 전문가의 진단에도 불안감을 느낀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같은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방문하거나 건강보조제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도 건강염려증의 일환이다. 건강염려증이 의심될 때는 질병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일관된 기준을 갖고 대해야 한다. 전문가의 공인된 정보를 따르며, 병리적 검사를 바탕으로 한 진단에 의거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담당 주치의를 확보하고 주치의와 상의 후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질병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적절한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건강염려증의 증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과 관계 없이 외부환경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강박이나 자신의 상태가 통제되지 않는 데서 오는 우울감 등 또 다른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이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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