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간 건강 위협하는 나쁜 친구들
여름철 간 건강 위협하는 나쁜 친구들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소화기내과 교수 (AHNSH@yuhs.ac.kr)
  • 승인 2015.07.08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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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간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친구 삼총사가 있다. A형간염, 비브리오패혈증, 간흡충증(간디스토마)으로 각각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으로 감염된다. 모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위생에 취약한 여름철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제1군 법정감염병인 A형간염은 A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급성바이러스간염이다. A형간염바이러스는 구강으로 감염돼 간에서 복제, 증식하고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된다. 3~6주의 잠복기 동안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증상은 피로나 식욕부진, 발열, 오른쪽 윗배통증 이후 황달이 나타나는데 소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눈의 흰자위부분이 노랗게 된다.

 

A형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실시한다. 대부분 완치되지만 1% 미만에서는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행돼 간이식을 받아야하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대학생 1166명을 대상으로 한 A형간염인식조사를 보면 61%가 A형간염을 모른다고 답했고 대한간학회의 성인대상 조사에서도 A형간염항체 보유여부를 인지하는 비율은 28.4%에 불과했다. A형간염은 예방접종과 개인위생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인식 향상을 위한 노력이 아직도 절실하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두번째 나쁜 친구로 비브리오 불리피쿠스(Vibrio vulnificus)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제3군 법정감염병이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7~9월 무더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바다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이 해수온도가 18도 이상 높아지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조개류와 어류 등 오염된 해산물을 먹거나 해수욕 시 피부의 작은 상처를 통해 비브리오균에 감염된다.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바닷물과 접촉 후 1~2일이 지나 위장염, 복통, 오심, 구토, 설사, 복부경련 또는 고열이 발생하고 하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세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행되면 60% 이상 사망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간경변환자나 당뇨병, 폐결핵,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는 대부분 사망한다.

다행스럽게도 비브리오패혈증은 예방이 가능하다. 생선, 어패류는 구입 즉시 냉장보관하고 가능하면 충분히 끓이거나 구워먹는 것이 좋다. 조리하기 전 찬물로 충분히 씻고 어패류 조리도구는 열탕소독 후 사용해야한다.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바다수영을 하지 않고 틈틈이 비누로 손을 씻어야한다.

마지막으로 나쁜 친구는 제5군감염병인 간흡충증으로 민물고기를 날로 먹어 감염된다. 간디스토마라고도 불리는 간흡충은 1~2cm의 기생충으로 사람의 간내 담관에 기생하면서 식욕부진, 소화불량, 오심, 상복부 불쾌감, 황달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주의할 점은 간흡충증이 간내 담도에 만성염증을 유발해 담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암 연구 전문기구(IARC)는 간흡충을 1급 발암성병원체로 분류했다. 기생충이 치명적인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위생환경이 좋아져 기생충질환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과 식품수입이 증가하면서 기생충 유입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현실이다. 민물생선을 회로 먹거나 도마·칼에 남아 있던 기생충 또는 기생충 알이 다른 음식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신경써야한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간에 나쁜 삼총사.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예방가능한 법정감염병이다. 날씨가 더우면 더울수록 음식물위생에 더욱 신경써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예방보다 더 나은 치료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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