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선풍기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수면 중 선풍기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07.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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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면서 선풍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는 것이 금기시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면 중 선풍기 사용은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뉴스에 ‘선풍기를 켜 놓고 잠자던 50대 남성 사망’ 또는 ‘선풍기 틀고 자다 저체온증 사망 잇따라’라는 제목의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는 했다. 하지만 선풍기를 튼 채 잠들면 죽을 수 있다는 뉴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괴담이다.

선풍기를 튼 채 자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40대 이후의 중년이며 심혈관질환이 있으면서 전날 과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사망원인은 신체적인 문제일 뿐 선풍기와는 무관하다. 만일 선풍기와 관련 있다면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나 청소년, 평소 지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문제가 생겨야한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원인의 2, 3위는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으로 총 5만812명이나 된다. 많은 경우가 과음 후 잠들었을 때 발생한다. 그 중 몇 사례에서 아침에 발견했을 때 선풍기가 켜져 있었을 뿐이다. 전형적인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애꿎은 선풍기가 범인으로 지목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선풍기로 인해 저체온증이나 저산조증이 생기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피부온도는 낮아지겠지만 사망까지 가려면 중심체온이 28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이는 바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음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발한(發汗)상태라 해도 마찬가지다. 한겨울 음주 후 노상이나 밀폐된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잘 때 발생하는 저체온증과 상황이 다르다.

저산소증도 일상적인 구조의 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보통 방은 외풍 때문에 밀폐되지 않는다. 만약 바람으로 유발된 호흡곤란에 의한 질식사라고 한다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도 호흡곤란이 생겨야 할 것이다. 선풍기가 수면 중 돌연사의 원인이 아니라는 분명한 이유다.

항간에 창문을 열고 자거나 얼굴에 선풍기바람을 맞으면 구안와사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구안와사는 바이러스에 의해 귀 뒷부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바람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 또 찬바닥에 얼굴을 대고 잔다고 입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찬(바람) 기운이 감염우려를 높일 뿐이다.

 

수면 중 선풍기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피부수분이 지속적으로 증발하면 피부건조증이 생긴다. 동시에 피부수분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뺏기 때문에 피부근육의 온도가 떨어지면서 근육통이나 감각장애가 생기고 쥐가 나기도 한다. 또 말초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나면 얼굴이 붓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속이 찬 사람에게는 숙면에 방해가 되고 복통도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풍기를 고정시키지 말고 약한 바람으로 회전시켜 바람을 분산시켜야한다. 또 바람은 온몸에 골고루 닿게 하고 옷을 가볍게 입고 자는 것이 좋다. 방문과 창문을 약간 열어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또 에어컨사용 시 송풍기 쪽에 선풍기를 함께 틀어 놓으면 냉기를 골고루 분산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전기도 절약할 수 있다. 선풍기는 잘만 활용하면 정말 유용한 물건이다. 수면 중 선풍기는 살인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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