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간염의 날’을 아시나요?
‘세계 간염의 날’을 아시나요?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소화기내과 교수 (AHNSH@yuhs.ac.kr)
  • 승인 2015.07.28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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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많은 기념일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처럼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제정한 국경일도 있지만 발렌타인데이, 만우절, 빼빼로데이처럼 오락과 상업적 분위기로 만들어진 날도 있다. 또 개인이나 단체가 잊지 못할 사건을 기억하고 나아가 새로운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기념일을 제정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건강관련 8개 기념일을 제정했다. 이 중 간염은 보건, 헌혈, 예방접종, 결핵, 금연, 말라리아, 에이즈와 함께 치명적인 질환으로 인정 받아 2010년 세계보건총회에서는 매년 7월 28일을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로 정했다.

 

따라서 매년 7월 28일이 다가오면 간암의 원인인 바이러스간염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무료간염검사와 예방접종, 대국민캠페인, 플래시몹,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미국에서도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언문을 통해 매년 15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바이러스간염의 예방과 치료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매년 대통령선언문이 발표되고 있다.

바이러스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주로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A형간염처럼 급성으로 발병해 3~4개월 내에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B형·C형간염은 6개월 이상 만성간염을 일으키고 간경화와 간암을 유발하는 종양바이러스다. 특히 B형간염은 국내 간암의 65~7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제2종 법정전염병이다.

미국 블룸버그(Blumberg)박사는 B형간염의 원인인 B형간염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1965년 발표했다. 1960년대 그와 동료들은 인체 내 지질단백질들을 조사하던 중 대만,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인과 호주원주민에게 많이 존재하는 특이한 단백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 단백질을 ‘오스트레일리아항원’이라고 명명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연구 중 서호주대학의 커크(Kirk) 교수가 보내준 호주원주민의 혈액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항원이 B형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임을 밝히고 간암의 주원인인 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까지 만들어지면서 블룸버그 박사는 1976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1925년 7월 28일은 블룸버그 박사의 생일이다. 세계 간염의 날은 B형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해 수많은 생명을 구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날로 정해졌다. 생일이 많은 사람들의 기념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는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간염바이러스처럼 세상의 훌륭한 발견은 우연히 시작된 것이 많다. 비록 시작은 우연이었어도 단순한 우연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이 발전했고 인류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 휴가를 떠났던 스코틀랜드의 미생물학자 플레밍이 휴가 후 푸른곰팡이와 주변에 깨끗이 죽어버린 포도상구균을 무심코 지나쳤다면 인류의 생명을 수십년이나 연장시킨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공학자 퍼시 스펜서는 전자기파를 이용한 레이더장비를 연구하다가 주머니에 녹아버린 초콜릿을 발견했다. 그는 녹아버린 초콜릿을 휴지통에 버리는 대신 그 이유를 찾느라고 노력했고 결국 전자기파의 가열효과를 알아낸다. 이를 통해 1947년 마침내 첫 번째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레인지’를 출시한다.

2015년 세계 간염의 날의 주제는 ‘간염을 예방합시다. 바로 지금 행동하세요(Prevent hepatitis. Act now)’다. 바이러스간염은 심각한 질환이지만 올바른 생활습관과 예방접종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세계 간염의 날만이라도 간염예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신에게 묻고 간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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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팬 2015-07-28 11:22:24
간건강을 위해 특별한 음식이나 약을 챙겨먹는다기보다 간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속의 사소한 습관이나 작은 방법들에 대해 뒤돌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유익한 칼럼 항상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