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정서의 신체언어 ‘틱장애’
억압된 정서의 신체언어 ‘틱장애’
  • 강용혁 | 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 승인 2012.02.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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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순간 침잠해 있던 빙산이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 

눈과 얼굴을 찡긋거리는 틱장애와 소변장애로 내원한 초등생. 서너 살 때 잠깐 나타났던 틱장애가 1학년 때 다시 심해졌다. 최근 들어 소변을 억지로 참고, 잠자리가 바뀌면 대변까지 지린다. 대부분 훈육을 서두르다 생기는데, 엄마는 “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라 산만한 생활태도를 잡아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틱장애는 ‘소아 화병’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심리적 환경적 원인이 크다. 아이들은 억압된 정서를 말보다 틱이라는 신체언어로 드러낸다.
가장 흔한 정서가 부모에 대한 불안과 분노다. 대지인 엄마의 품에서조차 ‘조금만 잘못해도 자신의 존재가 뿌리 뽑힐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또 부모의 훈육을 억지로 수용하면서 분노가 형성된다. 부모 기준에선 별것 아니라 여기지만, 아이 입장은 다르다.
물론, 단순한 근육 반응이나 신경학적 이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오히려 부모들은 이런 시각을 더 좋아한다.

반면, 틱장애는 엄한 훈육에 대한 묵언의 시위이며,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면 발끈한다. 화살이 부모 자신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아이 몸의 이상으로만 보고 싶어 한다. 감기에 감기약을 먹여 낫게 하듯, 틱은 신경안정제를 쓰면 그만인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바로 함정이 존재한다. 물론 약물치료 후 틱은 잠시 사라진다. 그러나 불안과 분노의 본질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부모자식 간 소통방식이 수정될 기회도 놓치기 때문이다.

결국 재발되거나, 원인이 모호한 두통이나 배앓이, 학습장애 등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또 부모에게 반항하거나 거친 언어를 쓰기도 한다.

그때 가서 부모들은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사춘기인가”라고 말하지만, 한참 억압되었다가 폭발한 것뿐이다.

틱장애는 질병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치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부모의 소통방식에 급제동을 걸고 다가오는 빙산을 피해 항로를 틀어야 한다는 신호탄이다. 부모가 진심으로 돌아보면, 틱도 빨리 호전되고 추후 발생할 문제들도 예방된다.

그러나 방향타 선회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상당수 부모들은 용기를 내기보다 아이의 예민함을 탓하며 그럴듯한 이유 뒤에 숨어버린다. 여기에 ‘몸의 문제’로만 보는 의사 진단은 강자인 부모에게 면죄부를 주고, 약자인 아이에게 모든 책임을 귀결시킨다.

아이는 소음인, 엄마는 태음인이었다. 지(智)와 예(禮)의 속성이 충돌한다. 아이는 몰입하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하고 봐야 한다. 반면, 엄마는 아이라도 예의 없이 제멋대로 하는 것을 못 참는다. 그래서 엄마는 “하지 마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아이는 적절한 분출구를 찾기 어렵게 된다. 상담 후 엄마의 달라진 태도 덕분에, 소음인의 울증을 푸는 향부자와 선천정기를 보강하는 처방으로 증상들은 일시에 해소되었다. 그러나 소통이 막히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엄마는 옳고 아이는 틀렸다’는 강자 위주의 일방적 시각에선, 수면 아래에 위치한 약자의 불안과 분노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진다.

<강용혁 | 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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