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누를수록 탄력받는 ‘욕망의 용수철’
식욕은 누를수록 탄력받는 ‘욕망의 용수철’
  • 강용혁 | 한의사·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 승인 2012.04.20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 헤아림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당장 눈앞의 현상만 보고, 그 이면을 헤아리지 못하면 괴로움이 닥친다. 식욕 또한 마찬가지다. 무조건 참고 억누르면 결국 욕망의 용수철을 있는 힘껏 눌러버린다. 

폭식증으로 내원한 30대 주부. 최근 만나는 사람들마다 “살쪘네”라는 인사를 받는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인터넷에서 소녀시대 식단을 발견했다. 식단대로 먹으면서 운동하니 일주일 만에도 금방 살이 빠졌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닭가슴살 조금에 양도 얼마 안 되는 야채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참았던 식욕이 폭발하면서 더 먹게 됐다. 오히려 다이어트 직전보다 체중이 조금 더 늘었다.

밀려오는 후회와 함께 다시 환자의 눈에 들어온 건 한 개그맨의 40㎏ 감량기다. 계란 흰자위만 먹는 방법이다. 운동량도 전보다 더 늘려 이번에도 쉽게 체중을 줄였다. 그러나 문제는 똑같이 반복됐다. 환자는 “한 열흘 먹으니까 계란만 봐도 신물이 나고, 얼큰한 게 당겨 닥치는 대로 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연예인 다이어트 보조제도 복용했지만 체중은 점점 늘어났다.

한마디로 고무줄 다이어트였다. 그런데,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붓기까지 한다. 생리통에 탈모도 생겼다. 게다가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속이 아플 때까지 먹고는 일부러 토한다. 이대로 가면 거식증 위험이 있다.

환자는 “연예인들은 쉽게 잘만 빼던데, 나는 의지박약인가”라며 자책한다. 왜 연예인은 되는데 환자는 안 되는 걸까. 게다가 일반인도 TV에만 나오면 20~30㎏은 쉽게 뺀다. TV에 마법이라도 있는 걸까.

연예인 식단은 한마디로 추천할 게 못된다. 이런 다이어트로 오래갈 수 없다. 요요현상은 의지박약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다.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없다. 다만, 그들은 직업적 절박함이 더 클 뿐이다. 깡마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숨어있다. 살을 빼야 인기와 금전적 보상이 뒤따른다. 이런 보상이 조금 더 길게 식욕을 억눌러놓는 것뿐이다. 일반인들은 그만한 심리적 보상이 없을 뿐이다.

그러나 연예인들도 끝없이 가능한 건 아니다. 식욕은 본능이기에 언제까지 억누를 순 없다. 결국, 휴식기에 폭식하고 TV에 나올 즈음 굶다시피 다시 살을 뺀다. TV출연이 없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강력한 동기도 사라진다. 결국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예인이 급격히 살이 쪄서 카메라에 포착된다. 심하면 거식증과 우울증이 왔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TV의 일반인 살빼기도 마찬가지다. 굶기기에 죽기살기 운동이다. 다만, TV 출연이 더 강한 심리적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특별한 식단과 운동법처럼 포장하지만, 그 정도 굶기면 누구나 빠진다. 문제는 카메라가 더 이상 돌지 않을 때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다. 카메라와 방송편집이 자꾸 현실과 환상을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환자에게 기초대사량을 올려주는 한약을 처방했다. 배가 고프면 그때그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먹도록 했다. 대신, 적당히 배부르면 ‘다음 끼니에 또 먹어도 된다’라며 자기 확신을 갖고 수저를 놓는 자제력은 키우도록 했다.

억누를수록 식욕은 용수철처럼 더 탄력을 받는다. 대신, 먹고 싶을 때 바로바로 충족시키면 욕망은 사그라든다. 이것이 욕망의 제1 법칙이다.

단, 마음의 허기가 관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환자는 남편과 아들 문제로 생긴 욕구불만이 식탐으로 전환된 경우다. 이런 유형은 상담을 통해 이를 적절히 해소해야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고 꾸준한 체중관리가 가능해진다. 공자는 “속히 하려고만 하면 도달하지 못하고, 조그만 이익만 보면 큰 일은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체중관리도 마찬가지다.

<강용혁 | 한의사·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