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에 안경 쓰듯, 보청기 부끄러워 마세요
근시에 안경 쓰듯, 보청기 부끄러워 마세요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6.2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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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청기를 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인식과 고비용으로 인해 난청(청력장애) 환자들이 보청기 착용을 꺼리면서 난청 상황이 악화되는 일이 잦다. 아이들의 경우 언어발달 장애와 함께 과격한 언행을 초래하게 된다.

관련 학계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5%는 청력에 크고 작은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 1000명 중 1∼3명이 난청이며, 이 중 거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양쪽 고도난청은 1000명당 1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의 38%가 갖고 있다. 인구의 약 1.7%에 달하는 소음성 난청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증상을 방치하면 90%가 난청으로 이어지는 귀울림 환자가 2002년 14만2000명에서 2009년 26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청력 장애는 작은 소리(20~39㏈)가 잘 안 들리는 경도(10% 정도 청력손실), 보통 소리(40~69㏈)에 문제가 있는 중도(50% 정도 청력손실), 큰 소리(70㏈)도 제대로 못 듣는 고도(70% 이상 청력손실) 등 3단계로 구분한다. 경도나 중도는 보청기, 고도는 특수 보청기나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난청 증세가 생기면 서둘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강동경희대병원 난청클리닉에서 박문서 교수가 난청 증상이 있는 환자의 귀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현재 27만여명 정도이다. 지난 10년간 보청기 판매 대수가 연간 10만개 수준에서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포낙보청기 한국지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청력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 진단을 거쳐 보청기 구매 상담을 받는 경우는 40% 정도에 불과하며, 이 중 절반가량만이 보청기를 구입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무조건 장애인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보청기 가격에 대한 부담이 주요 원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문서 교수는 “난청 증상이 있으면 서둘러 청력검사를 하고, 적절한 보청기 착용과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신생아의 경우 생후 24개월까지가 언어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선천성 난청이 있는지 잘 살펴서 생후 3~6개월 이전에 전문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각장애인으로 등록하면 5년마다 1회에 한 해 27만원, 차상위계층은 34만원 정도를 보조받는다. 하지만 등록 절차와 규정이 까다로운 데다 고도난청에 적합한 보청기는 가격대가 비싼 것은 수백만원에 이를 정도여서 보조금 증액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아이들의 청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비슷한 언행을 하기 때문에 ADHD가 의심된다면 청력검사를 추가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ADHD 증상과 혼동하기 쉬운 난청의 대표적인 증상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경우 등이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반재호 교수는 “경증의 난청의 경우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자꾸 TV 볼륨을 높이거나 TV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멀리 있을 때 불러도 돌아보지 않으면 서둘러 청력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큰소리로 말하거나 수업시간에 유난히 산만한 경우도 ADHD뿐만 아니라 난청도 의심해봐야 한다. 수화기를 양쪽 귀로 번갈아가면서 전화를 받거나 큰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말하는 상대방의 입을 유심히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도 난청의 주요 징후다. 이런 아이들은 서둘러 전문의나 청각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청이 있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난청을 방치할 경우에는 아이들의 청력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에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학습능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얘긴데, 아이들이라고 싼 안경테를 해주듯이 아무 보청기를 끼워주거나 음성증폭기를 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청기 피팅(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물리적, 음향적인 조절을 해주는 작업)을 통해 청력에 맞춘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청력검사와 피팅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용한 보청기는 귀에 맞지 않는 주파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오히려 청력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난청이 진행된 아이들의 청력을 보호하고 언어와 학습발달을 돕는 데는 보청기를 활용한 ‘FM시스템’이 효과적이다. FM시스템은 FM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주파수(채널)를 맞춰서 송신자가 마이크에 말을 하면 수신기를 장착한 보청기에 직접적으로 음성을 전달할 수 있는 청각보조기기다.

들림보청기 신동일 대표는 “해외에서는 FM시스템을 주로 교실에서 사용하는데, 교사의 음성이 보청기로 직접 전해지기 때문에 주변소음을 감소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해외 연구에 의하면 소아난청과 증상이 유사한 ADHD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혀져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란 말 그대로 청력을 보조하는 장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음성증폭기는 보청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사 보청기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고 있는 데 대한 경고 및 주의보를 내린 셈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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