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건성으로 넘기지 마세요
건선, 건성으로 넘기지 마세요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8.23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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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좁쌀’ 같은 발진이… 한순간에 ‘섬’처럼
ㆍ팔꿈치 등 노출부위 발병 땐 심한 스트레스로 위축감 커

중학교 2학년 ㄱ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정강이에 좁쌀 같은 붉은 발진이 몇 군데 생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것들이 조금씩 넓어지더니 몇 개월 만에 큰 섬처럼 합쳐졌다.

뒤늦게 병원에 가서 건선으로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았으나 계속 재발하는 등 지금까지 완치가 잘 안되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고 있다. 교복 치마를 입을 때 증상이 드러나 창피했고, 스트레스를 받아 키가 덜 컸다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건선은 전신에 좁쌀 같은 작은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부위에 하얀 비듬 같은 피부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병이다.

국내 유병률은 1~2%로 추정되며, 백인의 경우 인구의 2~3%에서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다. 계절별로 보면 상당수에서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 증상이 시작되거나 나빠진다.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 환절기가 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늘어난다.

피부 각질은 쉽게 벗겨져 나가며 피부는 점차 두꺼워지고 가려움증은 그리 심하지 않다.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두피) 부분에 많이 생기고 얼굴, 등, 허리, 다리, 손·발바닥, 성기, 정강이 부위, 손·발톱 등에도 흔히 나타난다.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의 염증(경계가 뚜렷함)이나 편평한 판을 이루는 발진이 전신의 피부에 나타난다. 염증성 발진은 계속 커진다.

특히 노출부위에 발생할 경우 외모상의 문제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쉽다. 건선의 발병이나 악화 요인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빨리 낫지 않아 치료를 위해 들이는 시간적·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건선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 증가로 분비된 면역물질이 피부의 각질세포를 자극해 각질세포의 과다한 증식과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유전, 환경, 약물, 피부자극, 건조, 상기도 염증(편도선염·인후염),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건선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처음에는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이곳에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좁쌀 같은 발진은 커지면서 주위에서 발생한 새로운 발진들과 서로 뭉쳐지고 주위로 퍼져 나간다. 심한 경우 전신의 거의 모든 피부가 발진으로 덮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팀이 1982년부터 30년 동안 건선클리닉에 내원한 환자 5084명을 분석한 ‘한국인의 건선 특징’ 연구논문을 보면, 건선이 처음 발병한 연령대는 20대가(31.3%), 10대(25.9%), 30대는(16.6%), 40대(10.6%), 10세 미만(6.3%), 그리고 50대(5.7%), 60대(2.8%) 순으로 나타났다.


전신의 침범 범위를 기준으로 5% 미만을 경증, 5~30%를 중등증, 30% 이상을 중증으로 했을 때 경증이 40%, 중등증 44.9%, 중증 15.1%였고, 가족력은 25.8%로 백인과 비슷했다. 30세 이전(조기초발건선)이 63.5%, 30세 이후(만기초발건선)가 36.5%였고, 발병 연령대가 낮을수록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

형태는 판상이 84.6%로 가장 많았고 물방울형이 10.3%, 그리고 전신 농포건선이 1% 정도를 차지했다. 판상 건선은 발생부위가 돋아 올라오고, 충혈되고, 붉으면서 하얀 인설(하얗게 떨어지는 피부 부스러기)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재일 교수는 “건선은 임상적인 양상으로 진단이 내려질 수 있으나 상당수 경우에서 확실한 진단과 진행정도 파악, 건선과 비슷하게 보이는 다른 피부병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선의 치료에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치료, 약을 먹는 전신치료, 엑시머레이저 광선치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하는 복합치료 등이 있으며 같은 증상이라도 연령, 발병시기 등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게 된다. 증상 초기 및 작은 병변일수록 치료가 용이하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김현주 원장은 “엑시머레이저 치료법은 기존 치료에 비해 통증이나 부작용 걱정이 없고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며,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건선에 특히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건선을 방치할 경우 생기는 주요 합병증으로 ‘건선 관절염’이 있다. 증상이 오래되거나 심하면 관절 부위가 하나 이상 부어 오르면서 누르면 아프기도 하고 관절이 뻣뻣해지며, 특히 손의 경우 쥐는 힘이 떨어진다. 건선이 눈을 침범하면 눈꺼풀과 결막에 증상이 생긴다.

건선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피부 자극이나 상처를 받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 가렵다고 긁거나 각질을 억지로 문질러 떼어내기, 때밀기 등은 건선 관리에 나쁜 습관이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는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잘 풀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바르고 햇빛을 주기적으로 쐬는 것은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가 직접적으로 건선을 악화시킨다는 근거는 없지만 과음과 흡연이 전신 건강에 따른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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