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가로막는 편견들
우울증 치료를 가로막는 편견들
  • 조맹재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12.09.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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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이라는 병은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정말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 이 고통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 우울증을 앓던 어느 유명 연예인이 자살 직전에 쓴 메모의 한 구절이다.

우울증은 어떤 병일까? 단순히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여 우울증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울한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의욕이 저하되고 만사가 귀찮고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시발점이다. 사는 게 재미가 없어지며 심한 육체적 피로를 느끼고 수면장애, 식욕장애, 성욕감퇴, 불안, 무기력감, 죄책감, 자신에 대한 비하감, 심지어 자살의도가 나타나는 질병을 우울증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인에게 우울증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내과나 신경과를 방문하여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모든 게 정상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두통, 가슴 두근거림, 가슴통증, 소화불량, 변비, 무기력감, 식욕감퇴가 지속될 때 그 근저에는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은 ‘정신과의 감기’라고 말할 정도로 환자가 많다.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은 5명 중 1명, 남성은 10명 중 1명이 평생에 한번은 우울증을 앓는다고 되어 있다.

우울증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청소년과 노인층에서 많아지고 있다. 여성이 2배 정도 많은데 생리·임신·출산·폐경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울증의 원인은 각종 생물학적, 개인의 심리적, 사회환경적 요인이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라든지 새로운 생활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우리의 뇌내에 존재하는 각종 신경호르몬, 또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등) 분비의 이상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울증은 개인적인 단점 탓에 생기는 병이 아닌데도 잘못된 견해 때문에 자신의 우울증을 방치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큰 문제는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지는 수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자살한 사람의 10명 중 7명은 그 근저에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빨리 발견하여 치료하면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울증은 고통스러운 병이기는 하지만 매우 치료가 잘되는 병이기도 하다. 우울증의 70~80%는 약물치료로 완치된다. 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될 때는 90%의 완치율을 보인다. 때로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낫는 병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울증은 치료를 막는 많은 편견들이 적지 않다. ‘스스로 날려버리고 치료해야 한다, 남의 도움을 받고 낫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등등의 편견들은 빠른 치료를 가로막는 나쁜 장벽이다. 의사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한 친구, 존경하는 사람, 성직자 등 자기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로부터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얘기하고 상담을 받고 조언을 듣는 것이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예방이 가능할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우선 평소에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고 신체적인 건강을 잘 유지하는 비결이다. 적당한 운동은 뇌내에서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우울증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라. 과도한 야심, 돈·명예·자식 등에 대한 집착은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가족 간, 부부 간, 친구나 동료 간의 스스럼없는 대화는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무엇보다도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의사를 찾는 것을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어느 정도 지속되고,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이 될 때는 주저없이 의사를 찾으라. 꼭 명의를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매우 흔하고, 정신과의 기본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라면 충분할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 자세, 항상 감사하는 마음, 조그만 일에도 기뻐하는 마음,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맹재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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