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불안사회’ 몸과 마음이 병든다
[긴급진단]‘불안사회’ 몸과 마음이 병든다
  •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 승인 2015.09.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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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잇단 대형사고나 범죄소식에 ‘나도 저렇게 될까’ 불안감 증폭
ㆍ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물론 두통·근육통 등 신체적 증상 면역력 저하로 질병 유발
ㆍ“불안한 상황 피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적극 치료해야”

요즘 TV 보기 겁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범죄사건부터 세계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재난재해 때문입니다. 아무리 스스로 조심한다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 보니 늘 불안하게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헬스경향은 ‘불안한 사회’에 대해 진단해보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어떻게 신체에 영향을 주는지,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마치 잔혹소설에서나 나올 듯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이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무차별적이고 우발적이며 예고 없다보니 ‘나도 사고당사자가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불안과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될 경우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각종 신체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장인 김모(여·35) 씨는 요즘 자주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잘 안 오는 통에 괴롭다. 그는 “하도 흉흉한 사건사고가 많다보니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린 자녀를 키우기도 겁난다”면서 “인터넷이나 TV를 보면 늘 안 좋은 소식만 있어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걱정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불안장애는 정신과장애 중 가장 흔하며 15% 이상의 일반인이 평생 한번 이상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많이 호소하는 공황장애나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도 여기에 속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은 두려움, 우울, 스트레스 등이다. 일부에서는 두통, 흉통, 근육통증, 집중력저하, 피로감 같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안감은 사람을 긴장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세월호사건 때 배가 침몰하는 과정과 가족의 모습 등을 지속적으로 시청했던 사람들 일부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준하는 증상을 호소하고 기존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악화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정적인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한 연구에 따르면 뉴스룸에 있는 언론인의 경우 부정적인 소식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한다. 이를 ‘대리외상’이라고 하는데 외상을 직접 겪은 사람과 유사한 증상을 겪는 것을 의미하며 외상사건 직후 희생자를 대하거나 수습하는 경찰, 소방관, 의사가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외상을 목격한 사람이 대리외상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한동안 차타기를 두려워하고 사고장면이 반복적으로 꿈에 나타나는 것.

이러한 문제가 계속됐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체증상은 ‘면역력저하’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은영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해서 무조건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별로 취약한 부분이 있어 어떤 사람은 두통이, 어떤 사람은 비염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신체는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있다. 즉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있을 때 만성통증, 두통, 위통, 설사, 가슴이 조여지는 느낌이나 속이 타는 느낌, 근육통, 허리통증 등은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협심증, 고혈압, 당뇨, 소화성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두통 등 다양한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안이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안은 인간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순기능이 분명히 있으며 단지 지나친 불안이 문제라는 것이다.

장은영 교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데도 가지 않으며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문수 교수도 “적절히 불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며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근육이완법, 복식호흡, 자기최면, 명상,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불안이 지속적으로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이때는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예전부터 엽기사건은 있었고 재난사고도 끊임없었다”며 “일단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사실의 본질을 봐야하며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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