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胃)는 작게, 간(肝)은 크게’ 현대인의 바람
‘위(胃)는 작게, 간(肝)은 크게’ 현대인의 바람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교수 (AHNSH@yuhs.ac,kr)
  • 승인 2015.11.04 16: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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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을 21세기 중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의학적·보건학적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비만이란 체내에 지방이 지나치게 쌓인 경우를 말한다. 섭취된 에너지에 비해 소비되는 양이 적어 발생하는 소위 영양학적 불균형상태다. 눈으로 봐서 뚱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학적 비만을 진단할 때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체중(㎏)/신장(㎡))으로 계산하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이용된다.

 

한국인의 경우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하며 30㎏/㎡가 넘으면 고도비만으로 간주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유병률은 31.5%에 달하고 고도비만은 2002~2013년까지 12년 동안 2배나 증가했다.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것이다.

비만은 여러 가지 질병을 동반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질환이 동반되며 심혈관 또는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 또 무릎관절에 부담을 줘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한다. 복부 1㎏의 지방은 척추에 5㎏의 부담을 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살찌는 것을 게으름과 연관시킨다. 삼국지의 유비가 형주의 유표에게 더부살이하던 중 ‘비육지탄(髀肉之嘆)’이며 “전쟁터에 오래 나가지 않았더니 허벅지에 살이 붙었다”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헛되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비만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아 여러 가지 수술적 치료가 개발됐다. 가수 신해철이 받았던 위밴드수술과 함께 위절제수술, 위우회수술은 대표적인 고도비만수술이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도입됐다. 위내시경으로 위 안에 풍선을 삽입해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게 하거나 위의 모양을 성형하는 시술도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수술은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식이·운동요법이 선행돼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대인은 체중조절을 위해 점점 위를 작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반대로 간은 커지기를 원한다. 그만큼 인체에서 간의 역할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간암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28.4명으로 OECD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우리나라 성인은 술, 과로, 간염바이러스 등에 노출돼 있으며 비만으로 생긴 지방간은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된다.

간경변이 생기면 간의 일부가 굳는 것이 아니라 간 전체가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때문에 건강한 간을 붙여주는 간이식을 해야 한다. 196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됐던 간이식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돼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혈액형이 달라도 가능하다.

현대인은 작은 위와 큰 간을 원해 위는 자르고 간은 붙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한 적당한 크기의 장기를 주셨을 것이다. 무분별한 생활은 아무리 작은 위와 큰 간을 갖고 있더라도 감당할 수 없으니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지키는 지혜로운 삶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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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2015-11-11 09:04:0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fmhappydoctor 2015-11-11 09:03:28
오늘 글을 읽으며 중용이라는 자사의 사상이 생각이 납니다. 무엇이든 지나 치지 않게, 건강한 간을 위해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며, 술을 삼가야 겠습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