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먹기 힘들던 철분제제의 진화
만 먹기 힘들던 철분제제의 진화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6.14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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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자녀를 둘 둔 40대 초반의 주부 이모씨는 비정상적인 생리로 인한 빈혈로 고생하고 있다. 생리 기간이 10일에서 길면 2주 가까이나 되고, 출혈량도 많다. 알약 철분제는 변비가 생기고, 마시는 액상은 일정 기간 지나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약을 먹는데 잘 낫지 않는 것도 걱정이다.

30대 초반의 직장여성 김모씨는 임신한 후 입덧이 심해 철분제 복용에 애로를 겪었다. 변비뿐 아니라 액상 철분제의 비릿함 때문에 입덧이 더 심해진 것이다. 결국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11g/dl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인 빈혈이 생겼다. 병원에 가서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를 처방받아 빈혈을 극복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고용량 철분제 ‘페린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임신 중에는 철분 요구량이 증가하며, 철분이 부족하면 태아의 지능 발달이 떨어지고 조기출산, 양수 파열 등의 위험성이 커진다”며 “입덧 등으로 철분제를 복용하지 못하는 임신부는 고용량 주사형 철분제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혈액에 철(Fe) 성분이 결핍될 경우 빈혈이 흔히 발생한다. 빈혈이 생기면 피부가 창백하고 누렇게 뜨고 밥맛이 없어진다. 손바닥의 피부색이 사라지고 손톱이 잘 부러진다.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자주 아픈 증상도 발생한다. 생리장애, 피로도 가중된다.

빈혈은 여성의 15%, 임신부의 30%에게서 나타난다. 소아청소년도 철분 요구량이 성인보다 높아 빈혈이 잘 생긴다. 철분제제를 이용한 빈혈 관리의 필요성이 높은 경우다.

식품을 통한 철 흡수율은 동물성 단백질 식품의 경우 10~30%인데 비해 채소류에 포함된 철은 흡수율이 2~10%에 불과하다.

빈혈 치료는 부족한 철분을 약물로 보충하면 된다. 약은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뉜다. 먹는 약은 소장에서 10%만 흡수되기 때문에 흡수율이 낮고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변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주사제는 고용량이므로 한 번에 1000㎎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 중증 빈혈이나 임신 중기 이후, 수술 전후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철분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변비 등 배변기능의 문제뿐 아니라 피가 진해져 혈전증(피떡)도 유발할 수 있어 용량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사를 통해 철분을 고용량으로 공급하는 약제는 수혈 없이 수술하는 무수혈 치료에도 이용된다.

수혈을 대체하는 치료법에는 정맥철분주사제, EPO(적혈구 생성촉진제) 투여, 경구용 철분제, 자가혈액 수혈 등이 있다.

국립암센터 김영우 위암센터장은 “수혈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빠르게 올려주지만 적혈구의 반감기가 짧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며 “고용량 주사제를 쓰면 수혈이 필요한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서 수혈을 하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최근 헌혈의 양이 감소해 혈액이 크게 부족하고, 수혈 자체의 위험성도 큰 만큼 철분 주사제 등을 통해 수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유도하는 등 국가적 혈액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종양저널에 실린 국가별 수혈대체 치료현황(2002년 기준)을 보면 이탈리아 66%, 프랑스 42%, 스페인 41%, 독일 33%, 영국 5%다. 김 센터장은 “10년 전 한국에서 수혈대체 치료가 미미했지만 지금은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웬만한 수술은 수혈을 하지 않고 수술한다”고 설명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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