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린이 ‘영양지수’는 100점만점에 64점
한국어린이 ‘영양지수’는 100점만점에 64점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6.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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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한국영양학회, 섭취음식 습관 등 점검 지수 개발
ㆍ편식·결식·불균형 등 아이들 식탁건강 ‘빨간불’

‘엔큐(NQ)가 높아야 건강짱.’

ㄱ초등학교 5학년 홍제동군(가명·신장 145㎝·체중 42㎏)은 아주 높은 어린이 영양지수(NQ)를 갖고 있다. 1등급이다. 세부적으로 균형 100점, 다양 100점, 절제 85점, 규칙 92점, 실천 89점으로 전반적으로 우수하다. 잡곡밥, 과일, 흰우유, 콩제품, 달걀 등을 자주 먹는 등(균형)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고 있다. 채소나 김치 섭취, 반찬 골고루 먹기 등(다양)도 만점이다. 하지만 절제 부분은 좀 약한 편이다. 단음식, 패스트푸드, 라면, 야식 등을 어느 정도 먹는다. 아침식사, 식사시간 지키기, TV시청과 컴퓨터 게임 등(규칙)도 우수하다. 음식 꼭꼭 씹어 먹기, 영양표시 확인, 손씻기 등 건강 실천 부문도 잘한다.

홍군은 체크리스트 항목에서 나온 점수를 전문적으로 분석(가중치 부여 등을 통해 보정)해 총점 94점을 얻었다. NQ가 94인 홍군은 한마디로 ‘식생활 건장짱(식짱)’이다.


ㄴ초등학교 5학년 정동건군(가명·신장 140㎝·체중 49㎏)은 NQ가 낮게 나왔다. 균형 32.5점, 다양 66.7점, 절제 62.9점, 규칙 43.3점, 실천 55.6점이다. 총점 50.3으로 4등급에 해당한다. 다섯가지 전 항목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얻었다.

이런 NQ지수는 어떻게 산출이 될까. 학회와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한 어린이 영양지수 평가항목을 통해 이뤄진다. 어린이들의 음식섭취와 식행동 수준을 점검해 수치로 표시한다.

한국영양학회와 한국암웨이(연구비 지원)는 최근 ‘어린이 영양지수 개발 및 활용’을 주제로 심포지엄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1년여에 걸친 전국 초등학생 대상 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한국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영양지수, 즉 NQ(Nutrition Quotient)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어린이의 섭취 영양소와 섭취 행동영역 등을 포괄적으로 점수 및 등급화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어린이 영양지수는 19개 문항만 답변하면 해당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간편하게 점수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방법들은 어린이가 30분 이상 조사에 참여해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등 복잡한 단점이있었다.

19개 문항은 균형(콩제품 섭취, 잡곡밥 섭취, 달걀 섭취, 흰우유 섭취, 과일 섭취), 다양(채소반찬 섭취, 김치 섭취, 반찬 골고루 먹기), 절제(패스트푸드 섭취, 단 음식 섭취, 길거리 음식 섭취, 야식 빈도, 라면 섭취), 규칙(아침식사 빈도, 정해진 식사시간, TV시청 및 컴퓨터 게임 시간), 실천(손 씻기, 음식 꼭꼭 씹어 먹기, 영양표시 확인) 등 5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총 19개 세부항목을 설문으로 체크해 우수한 경우 4~5점, 보통은 3점, 불량한 상태는 1~2점의 점수를 매긴다. 각각 가중치를 부여한 뒤 보정해 NQ를 산출한다.

한국영양학회 연구 책임자인 강명희 한남대 교수는 “만성질환, 소아비만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어린이 영양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으나 실제로 어린이들의 영양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NQ를 통해 어린이들의 영양관리에 중요한 음식물 섭취와 식사행동을 쉽게 평가하고 어릴 때부터 바람직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지수개발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서울을 포함한 전국 6대 광역시의 초등학교 5~6학년 13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어린이 NQ는 64.4점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64.6점, 여자는 64.2점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항목별 평균은 균형 57점, 다양 76점, 절제 73점, 규칙 64점, 실천 60점 등으로 집계됐다.

또 1등급 최상위, 2등급 상위, 3등급 중앙, 4등급 하위, 5등급 최하위 등으로 분류했다. 등급별로 차이를 검토한 결과 최상위(1등급)에 속한 어린이들의 경우도 칼슘, 칼륨, 비타민C 등 성장기 어린이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 섭취 비율이 각각 81.1%, 72.8%, 82.9%로 권장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위(4~5등급) 등급의 섭취비율은 57.2%, 58.7%, 56.8%에 불과해 영양의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들은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 비해 나트륨은 목표섭취량(2g, 소금의 40%)보다 1.9배나 과잉 섭취하고 있었고, 식이섬유와 칼륨은 충분섭취량보다 적게 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칼슘, 철, 아연, 리보플라빈, 비타민C와 엽산을 평균 필요량 미만으로 매우 부족하게 섭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이틀에 한번 이상 아침을 결식하는 어린이가 29%, 이틀에 한번 이상 야식을 먹는 어린이는 32%, 하루 2시간 이상 TV시청 및 컴퓨터 게임을 하는 어린이는 39%, 영양교육을 받지 않은 어린이는 67%로 나타나 식습관이나 식행동면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한국의 소아청소년(만2~18세)의 비만 유병률은 남자 12.7%, 여자 8.6%로 나타났다. 10~11세 아동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치인 2g을 초과하는 경우가 82%에 달했다. 칼슘, 철, 비타민A와 비타민C, 엽산 등 필요 영양소의 섭취가 크게 부족하다. 아이들의 식탁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비만은 열량 과잉과 운동 부족이 원인이고, 짜게 먹으면 고혈압, 콩팥병(신장질환), 위암, 당뇨병 등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장기 어린이의 식습관은 성인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어릴 때부터 영양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보다는 채소, 채소, 잡곡 등의 섭취를 늘려야 하며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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