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덩어리? 귀한 줄기세포 덩어리랍니다
지방 덩어리? 귀한 줄기세포 덩어리랍니다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8.23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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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농도는 혈액의 1천배 장점 다루기 쉽고 대량 추출… 냉동보관했다 재활용 가능

비만과 더불어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체지방이 각종 퇴행성 질환과 난치병 치료의 ‘히든카드’로 떠올랐다. 지방에 (성체)줄기세포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 새로운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골수나 제대혈(탯줄혈액), 말초혈액 등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와 임상적용이 활발하다. 파킨슨병, 중풍, 뇌성마비, 심혈관 질환, 척추 손상, 다발성 경화증, 헌팅턴병, 관절염, 당뇨병,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피부손상, 근골격계 손상, 탈모, 피부미용 등 다양하다. 여기에 지방줄기세포가 가세한 것이다.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체지방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로 세포치료가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치료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의 줄기세포(위쪽)에서 성숙 지방세포(아래쪽)로의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상도. 디올클리닉 제공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방에는 같은 분량의 골수나 제대혈보다 최대 1000배나 되는 줄기세포가 들어있다. 증식 속도가 빨라 배양이 쉽고, 세포 노화가 느리며, 세포 분화능력도 좋다. 특히 지방줄기세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추출이 용이하며, 10~20년 장기간 보관과 재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몸에서 추출한 지방을 -196도(극저온 질소냉동법)에서 보관할 경우 현재 쓰이는 최신 해동기술만 적용해도 90% 이상 줄기세포가 살아남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풍부하고 효과가 좋으며 다루기도 쉬운’ 지방줄기세포의 활용이 향후 의과학 발전에 따라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대혈은 태어날 때 보관하지 못하면 끝이지만 체지방은 언제든지 채취가 가능하며 1000배나 줄기세포가 많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복부나 허벅지, 팔뚝 등에 축적된 지방을 추출해 보관해 두었다가 질병 치료와 미용 시술 등에 재활용하는 시대가 국내에서도 열리고 있다. 외국에서 이미 등장한 ‘지방은행(fat banking)’이 이르면 9월 중에 개원가에 설립된다.

지방흡입 전문의원인 디올클리닉 장지연 대표원장은 “미국의 경우 이미 지방은행 서비스가 생겨 파킨슨병, 중풍, 뇌성마비, 척추손상 등의 치료와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몇년 전부터 체형 교정과 더불어 인체의 꺼진 볼륨을 살리는 미용성형 목적으로 지방 추출과 이식 등 시술이 활발한 만큼 자연스러운 수요가 충분히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은행이 상업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데는 최소 90억~1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은 제대혈은행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태어날 때 줄기세포가 풍부한 제대혈을 보관했다가 병이 생겼을 때 쓰는 것처럼 자신의 지방을 빼서 일정 비용을 내고 보관했다가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것이다.

미용시술을 할 때 한번에 많은 양을 추출해 일부는 사용하고 남은 것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젊은 나이에 추출해 보관하는 것이 조직재생과 혈관생성, 면역 등 기능 발휘에 효과적이다. 지방의 순도가 높을수록 보다 많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고, 냉동했다가 복원할 때에도 더 효력이 좋다.

체지방 추출 작업(지방흡입 등)은 위험도가 높은 시술이라 아무데서나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의료진의 경험뿐 아니라 좋은 장비와 추출 노하우가 있어야 안전하게 품질이 좋은 지방을 많이 빼낼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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