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종료된 메르스사태에 대한 단상
공식종료된 메르스사태에 대한 단상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5.12.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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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우 기자의 ‘불타는 금요일 뜨거운 보건이슈’] 매주 금요일마다 독자여러분께 보건의료계의 뜨거운 이슈를 알기 쉽게 풀이해드립니다. 공교롭게도 첫 기사가 1월 1일에 실리게 됐습니다. 이 기사는 독자여러분을 위한 저의 새해선물입니다.

잊고 계셨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메르스는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7월 28일 “더 이상 메르스 감염우려는 없다”며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데다 12월 1일 위기단계를 ‘관심’으로 낮추긴 했지만요. 그리고 드디어 12월 24일 24시 보건복지부가 메르스상황 종료를 공식선언했습니다.

메르스사태는 이제서야 드디어 끝난 일이 된 겁니다. 하지만 메르스사태 수습과정에서 일어났던 몇몇 민망한 일들을 복기하고 반성한 후에야 비로소 메르스와 완전히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습니다. 김치와 고추장을 많이 먹은 우리 민족은 메르스보다 무서웠던 사스도 극복했습니다. “다시는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마라. 메르스!”

먼저 메르스를 통해 국가방역체계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메르스 발병초기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자신만만했습니다.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죠.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최초발병자 확진판정 다음날 “메르스 확산은 환자가족, 의료진에게 한정된다”며 “지역사회로 번지는 경우는 중동 이외의 국가에서 보도된 바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메르스사태는 대한민국 감염병관리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메르스 격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만명을 넘어섰고 38명 사망, 186명 확진이라는 피해를 남겼습니다. 최초발병 시 통제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일어나지 않을 재앙이었던 거죠.

▲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번지는 경우는 중동 이외 국가에서 보도된 바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사회로의 감염,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몇몇 환자들은 통제에 비협조적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바레인만 들렸다던 최초발병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본의 아니게 숨긴데다 제대로 자가격리하지 않은 환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후에도 메르스 통제불능상태가 계속 됐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메르스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병원 간의 소통이 원활할 수 없었고 의료기관들은 누가 메르스의심환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해야만 했죠.

정부는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의료기관을 공개했다가는 그 곳에 입원한 환자나 내원객이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사회적 불안감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국민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명단이 공개되면 게재된 병원이 타격을 입게되니 숨기는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까지 일었으니까요. 당시 SNS에 떠도는 정보들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단속을 엄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국민불안감만 더 키운 꼴이 됐습니다.

여기에 평택 메르스환자의 인천이송을 지자체에조차 알리지 않은 사실도 알려졌죠. 유언비어를 차단하겠다던 정부, 지자체도 유언비어를 퍼뜨릴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최소한 지자체에는 알려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아, 신청곡이 들어왔네요. 싸이가 부릅니다, ‘새’.) 결국 6월 7일 최경환 부총리가 병원명을 처음 공개했습니다.(아니, 신청곡이 또?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띄워드립니다.)

메르스종식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강력했습니다. “메르스상황 종료까지 25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라”고 당부했고 메르스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격려했죠.

▲ 이 사진에는 메르스종식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일까요?

당국도 이에 호응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메르스지원대책본부, 메르스종합대응TF, 메르스즉각대응팀, 메르스긴급대책반 등 콘트롤타워를 5개나 세웠습니다. 단지 박 대통령께서 “각 조직을 총괄하는 위기관리 콘트롤타워가 어디냐”고 물어보셨던 것은 아마 아주 약간 헷갈리셨기 때문일 겁니다.

이에 복지부는 국민행복증진을 위해 온 몸을 던졌습니다. 만날 장소라고는 동물원밖에 없는 낙타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 낙타유를 먹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만들었죠. 메르스가 낙타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바이러스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안내는 중동여행자를 위한 주의사항이었습니다. 이 점을 명시하지 않아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였을까요? 서울대공원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단봉․쌍봉낙타 각각 한마리씩을 실내격리하고 시료검사를 했습니다. 쌍봉낙타는 북동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중동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낙리둥절’(낙타+어리둥절).

서울대공원에도 관련 문의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공원 관계자가 “사회적으로 문제인 만큼 관람객 안심을 위해 메르스검증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거든요.

▲ 여러분, 낙타고기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지도 않는 이 고기를 조심하라고 한 거죠?

메르스공포로 인해 웃을 일이 없던 나날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메르스상황은 공식종료됐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정부와 우리의 실수를 반성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겁니다. 복지부 역시 미흡한 점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메르스종료 뒤에도 신종감염병 해외유입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방역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차질 없이’가 유독 진하게 보이는 것은 여러분 착각입니다)

생각해보니 메르스사태 이전에도 그럴 가능성은 항상 있었네요. 아, 별 뜻은 없습니다. 전 항상 보건복지부를 응원합니다. 늦었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인사 드립니다.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특정영문자가 도드라져 보인다구요? 역시 착각입니다.)

트위터 @khealth_s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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