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도약] (3) 간염 → 간암 고리 끊어야 ‘간’ 편한 삶
[희망 & 도약] (3) 간염 → 간암 고리 끊어야 ‘간’ 편한 삶
  • 경향신문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승인 2016.01.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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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
ㆍ간암 5년 생존율, 20년 전보다 늘었지만 ‘겨우 30%’ 수준
ㆍ만성 질환자 조기 발견·체계적 관리 프로그램 구축 필요

국내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년 전의 10%, 10년 전의 20% 정도에 비해서는 높아졌지만 아직 30%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조기발견 비율도 45.5%에 불과하다. 70%에 가까운 전체 암 5년 생존율에 훨씬 못 미친다. 간암 정복은 현실과 괴리가 큰 셈이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인 변관수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간질환 정복을 위한 과제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간암뿐 아니라 전 단계인 간경변(간경화), 간경변의 전 단계인 간섬유화 및 간염 등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고 예방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간암 정복의 관건이다.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59·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은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의 진행 고리를 끊는 것이 간암을 정복하는 첩경”이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캠페인이나 홍보와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중요 만성 간질환의 조기발견과 체계적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간염, 간경변, 간암이 연속선상에 있다고 하는데요.

“간경변증은 만성간염으로 오랜 기간 염증과 섬유화, 괴사, 재생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딱딱하게 굳는 현상입니다. 간암이라 일컬어지는 간세포암은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등이 있는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죠. 단순히 각각의 질환이 아닙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만성간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만성간염이 생기면 효과적인 치료를 가급적 빨리 시도해 간경변증, 간암으로의 진행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B형간염의 예방접종이 필요하고,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의 항바이러스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간에서 간암까지의 진행도. 왼쪽부터 정상 간, 간섬유화, 간병변, 간암. 자료 출처: HEPATOSCOPE Application 대한간학회 제공


- 간염 조기검진과 치료 실태는 어떤가요.

“B형간염은 바이러스 보유자를 찾기 위한 선별검사가 산전 산모, 징병검사, 건강검진(생애전환기검사) 및 국가암검진사업 등으로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C형간염은 현재 국가적 선별검사가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국내 C형간염은 유병률 측면에서는 B형간염보다 낮은 편이지만 간경화나 간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빠르면 3개월 정도의 단기적 치료로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 C형간염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좋은 방안이 있습니까.

“유병률이 높아지는 40세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선별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감염경로를 차단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이 퇴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조기진단을 위한 국가 차원의 선별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 다른 만성 간질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만성 간질환의 주요 원인인 알코올 간질환은 적절한 음주 문화를 정착시키고 위험음주자들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질환 단계로 넘어서기 전에 사회가 개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증가되고 있는 비알코올 간질환의 경우 적절한 운동과 체중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는 범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 간암은 아직도 완치 성적이 낮습니다.

“첫째, 환자 대부분이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 간질환이 심한 경우 간암 치료에 어려움이 큽니다. 둘째, 간암 발생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간경변증, 만성 B형·C형간염 등) 중 간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간암 감시검사(6개월 간격으로 복부초음파검사와 간암 혈청검사)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상당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간암이 완치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늦게 진단되기 쉽습니다. 위험인자를 갖고 있지만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있는 만성 간질환자들은 오히려 간암 감시검사 체계 속에서 조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완치율도 높습니다.”

- 올해부터 간암 감시검사가 1년 간격에서 6개월 간격으로 단축됐습니다.

“매우 바람직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간암 위험인자를 가진 만성 간질환자 중 국가간암검진사업 대상에서 누락되는 환자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B형간염 다음으로 많은 간암의 원인질환인 C형간염의 국가적 선별검사체계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들은 간암검진사업 대상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있습니다.”

- 간질환은 잘못된 정보가 특히 많이 떠도는 질환으로 손꼽히는데요.

“앞으로 간학회는 ‘간의 날’(10월20일)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건강 강좌와 캠페인, 토론회를 열고, 언론매체 등을 통해 간질환 예방과 치료관리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더 노력하겠습니다. 소외계층과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간질환 무료검진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국민보건사업을 위해 2011년 간학회 출연금으로 비영리재단인 한국간재단(02-703-0051, klf@unitel.co.kr)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재단은 여러분들의 기부금이 운영 재원입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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