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앓는 반려견 치료하기
강박증 앓는 반려견 치료하기
  •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02.29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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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A는 디스크 질환으로 매일같이 다니던 산책을 언제부턴가 다니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기존에는 사람 먹는 음식도 자주 먹곤 했는데 콩팥질환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은 다소 맛없는 사료만 먹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 두 발을 미친 듯이 빨기 시작했다. 보호자가 제지하면 잠시 중단하다 이내 다시 시작하곤 했다. 피부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결국 핥지 못하게 하기 위해 넥칼라(상처 부위 등을 보호하기 위해 목에 착용하는 장치)를 착용하기에 이르렀다.

유경근 원장

반려견 A는 왜 이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일까? 우선 피부질환여부와 여러 가지 다른 원인들을 먼저 확인해야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없다면 이는 디스크와 신장질환으로 인해 생활환경이 매우 단순해지고 먹는 것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에서 나온 일종의 행동문제다. 이처럼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강박증’ 또는 ‘강박장애’라고 한다.

무료한 생활 속에서 받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줘 결국 자신의 발을 핥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어떤 반려견은 자신의 꼬리나 그림자를 쫓기도 한다.

반려견들은 이같은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와 무료함을 중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상행동이 아닌 문제행동으로 봐야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문제의 원인은 첫째 유전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특정 품종은 강박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원인이 더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양몰이를 목적으로 개량된 품종들은 다른 품종에 비해 강박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

둘째, 조기이유(일찍 젖을 뗀 것)돼 어미와 분리된 것이다. 특히 일명 강아지 공장(상업적인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번식장) 출신의 반려견들은 대부분 이같은 원인에 의한 행동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강아지 공장문제는 반드시 해소돼야한다.

또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강박증은 환경자극의 부족에서 올 수 있다. 산책이나 놀이 등의 활동 없이 하루종일 갇혀만 지낸다면 무료함으로 인해 결국 강박증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도 원인 중 하나다.

때로는 이러한 행동문제가 다른 신경질환에서 보이는 증상과 혼동될 수 있다. 하지만 강박증은 다른 신경증상과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강박증을 보일 때는 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비록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응하거나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는다.

둘째, 신경증상과 달리 강박증은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주변에서 방해하면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증상이 심하다면 간단하게 멈추기 어렵다.

셋째, 강박증은 시작되는 어떤 계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 먹기 전후나 보호자가 외출했을 때,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만났을 때 등 특정한 상황을 계기로 시작된다.

넷째, 강박증은 행동을 멈췄을 때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신경증상은 멍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또 강박증은 행동의 방향을 바꿀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꼬리잡기를 하더라도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방향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신경증상은 대개 한쪽 방향으로만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처럼 강박증은 다른 신체질환과 비슷한 점이 많아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하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행동질환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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