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이어 ‘지카바이러스’? 이런 영화소재 너무 싫어요
‘감기’에 이어 ‘지카바이러스’? 이런 영화소재 너무 싫어요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3.11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일어난 메르스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재조명받은 영화 ‘감기’. 이번 지카바이러스와 관련해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진=영화 ‘감기’ 스틸컷)

[신민우 기자의 ‘불타는 금요일 뜨거운 보건이슈’]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두려워한 정부가 도시를 폐쇄한다는 내용의 ‘감기’, 병원에 수용된 실명(失明)전염병환자들의 몸부림을 그린 ‘눈먼 자들의 도시’, 전염병과 마주한 사람들의 본성을 보여준 ‘컨테이젼’. 이 영화들의 주제는 다르지만 모두 대규모감염사태로 인한 처참함을 보여줍니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처럼 국경을 가리지 않는 감염병은 때때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이 중 몇몇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를 강타했죠. 지난해 메르스가 수그러들면서 한숨을 돌렸던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증합병증이 일어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적고 완치도 가능하지만 심하면 마비증상이나 두뇌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가 소두증을 앓는 신생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공포심이 커지고 있죠. 소두증이란 뇌가 정상보다 기형적으로 작은 경우를 말하며 심하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사망하거나 발달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정상보다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상태로 태어나는 소두증. 부모나 아이에게나 큰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에서 소두증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지카바이러스 확산 이후라고 하니 충분히 인과관계를 의심해볼 만합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소두증의심사례가 지난해 10월부터 6000여건 접수됐는데 이 중 확진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745명이었습니다. 지카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경우는 88명이었죠. 특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플로리다주립대학, 에모리대학 합동연구팀의 연구결과 지카바이러스가 대뇌피질을 만드는 세포를 공격,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중남미 32개국, 오세아니아 4개국, 아시아 2개국, 아프리카 1개국 등 모두 39개국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상황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는 없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12명이 감염확진판정을 받았고 브라질여행을 다녀온 일본 고등학생이 감염됐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결코 안전지대라고는 볼 수 없는 거죠.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지카바이러스를 제4군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감염·의심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관련진단법이나 백신,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보건당국에서도 아직 충분한 휴식, 수분섭취, 의사진료 등 원론적인 회복방법만을 소개하고 있죠.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카바이러스는 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됩니다. 우리나라 흰줄숲모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발견사례는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모기에 의해 주로 전파되는 만큼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예방법입니다. 모기기피제를 사용하거나 긴소매·바지를 입는 거죠. 우리나라 흰줄숲모기도 전파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발견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성접촉에 의한 전파가능성도 주의해야합니다. 실제 관련사례로 14건이 보고되기도 했으니까요.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가임여성은 귀국한 뒤 최소 2개월 동안 임신 연기 ▲아내가 임신했을 경우 배우자는 금욕하거나 콘돔사용 ▲아내가 임신하지 않았더라도 귀국 후 2개월 동안 금욕하거나 콘돔사용 ▲확진판정을 받은 성인남성은 회복 후 6개월 동안 금욕하거나 콘돔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단 수혈이나 성접촉이 아니라면 사람 간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하니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영화 감기가 다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바이러스전파 초기에 보건당국이 방역관리에 실패, 수많은 사람이 감염됐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지카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방역체계에 대한 신뢰가 깎인 상황에서 영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방역당국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