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과연 우울증에 걸릴까
반려견도 과연 우울증에 걸릴까
  •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03.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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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용산참사로 사망한 철거민 한 분이 키우던 방실이라는 요크셔테리어가 있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던 방실이는 보호자 사망 후 친척에게 맡겨졌는데 그때부터 일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24일 만에 방실이는 세상을 떠났다. 개도 우울증을 앓는지 고민해보게끔 했던 사건이었다.

동물도 우울증을 앓는지는 아직 논란거리다. 하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신체적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최소 1~2주 이상 다른 동물·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거나 평소 좋아하던 활동을 거부하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유기나 재입양, 함께 지내던 사람·동물과의 사별처럼 견디기 힘든 일을 겪었을 때 개도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유경근 원장

동물에게도 교감을 나눴던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죽음은 매우 큰 충격이다.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예상될 때는 미리 인사를 나누게 하는 등 동물에게도 다른 개체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한다. 동물도 죽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부재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의 우울증은 진단하기 쉽지 않다. 우선 증상이 미묘한 경우 보호자가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따라서 반려견이 힘든 일을 겪으면 평소 행동과 비교해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매일 식사량과 체중을 측정해보면 지속적으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가 나타났는지 알 수 있다.

또 산책할 때도 주변사물에 관심을 갖고 냄새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지 주의깊게 살핀다. 보호자가 부를 때도 몇 번 만에 반응을 보였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확인해 기존과 비교해 보면 우울증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단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증상이 여러 가지 신체적 질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이 의심된다 해도 다른 신체이상이 있는지 먼저 감별해야한다. 자칫 신체질환을 우울증으로 오진할 수 있다.

우울증은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 우선 기존에 가장 좋아했던 놀이나 활동을 맘껏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산책을 좋아했다면 매일 밖에 나가 바람을 쐬게 하되 다른 개나 사람과의 접촉을 가능한 한 줄여 놀랄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한다.

체중이 줄만큼 식욕이 없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적극적으로 찾아줘야한다. 또 음식을 체온수준으로 데워주면 식욕을 촉진할 뿐 아니라 후각을 자극해 도움이 된다.

오메가3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음식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항산화·항염효과가 있어 반려견에게서 행동학적 문제가 생기면 추천하는 영양제다. 보호자가 동물의 몸을 전신을 천천히 마사지하면서 교감을 나누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약물로 치료해야한다.

행동질환은 시간싸움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악화돼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동물에게 우울증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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