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느껴지는 쓴맛, 입맛과는 관계없다
봄철에 느껴지는 쓴맛, 입맛과는 관계없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3.1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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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쓴맛이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봐야한다. 특히 봄 들어 입안에 맴도는 쓴맛을 무심코 넘기면 안된다.

인간의 혀에는 맛봉오리가 있어 단맛, 짠맛 등을 정상적으로 맛을 구별한다. 하지만 미각에 문제가 생기면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각소실’,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미각감퇴’, 예민하게 느껴지는 ‘미각과민’이 발생한다. 특히 가장 간과하기 쉬운 증상은 ‘미각장애’다

미각장애는 맛이 왜곡돼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지는 현상이다. 이유 없이 쓴맛이 느껴지는 것도 미각장애의 일종이다. 감기몸살, 임신 중 나타나기도 하지만 영양결핍으로 쓴맛이 느껴지면 아연부족을 의심해야 한다. 위산이 역류하면 신맛이 느껴지는 동시에 소화액 내 담즙으로 쓴맛이 느껴진다. 방사선치료, 천식흡입제, 화학적 약물, 수술후유증, 두부외상, 어금니발치 등 특정치료로 인한 후유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신체문제를 말하는 증상으로 봤다. 실제 구고(口苦; 입이 쓰고), 인건(咽乾-목이 마르고), 목현(目眩-눈이 어찔하며), 흉협고만(胸脇苦滿-옆구리가 답답함)의 증상에는 소시호탕(小柴胡湯)을 처방한다’고 했다. 소시호탕은 급만성후두염, 기관지염, 담낭염, 간염, 신장염 등의 질환에 처방된다. 한 마디로 이런 질환이 있을 때 쓴맛이 느껴진다는 것.

한동하 원장

또 입에 특정한 맛이 느껴지면 장기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심열(心熱)이 있거나 담이 허하면 쓴맛이 나고 폐열(肺熱)이 있으면 입이 맵다. 간열(肝熱)이 있으면 신맛, 췌장과 위에 열이 있으면 단맛, 신열(腎熱)이 있으면 매운맛이 난다. 여기서 열(熱)은 과열된 상태로 ‘기능항진’을 의미한다.

비염, 감기 등 후비루가 있거나 호르몬에 문제가 생기면 짠맛이 느껴진다. 실제 이유 없이 짠맛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고열로 체액이 부족해지면 단내가 나기도 한다.

반면 불쾌한 금속 맛은 핏속 철분이 주원인이다. 치과적인 문제나 구내염증질환으로 인한 미세출혈 가능성이 크다.

중년을 넘은 여성들은 입안, 특히 혀에서 통증과 화끈거리는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구강작열감증후군’으로 심한 스트레스와 화병 등이 원인이다. 이때 입안이 건조하고 매운 느낌이 든다. 매운 느낌은 염증에 의한 통증일 뿐 실제 맛이 아니다.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미각장애가 많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어 맛봉오리가 감소하기 때문. 어머니가 만드신 국이 점점 짜게 변하는 데 애석해지는 이유다. 엄밀히 말하면 미각감퇴가 일어난 것이지만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소금을 많이 넣게 된다. 이는 비만, 당뇨병,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미각장애가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발생한다.

이런 현상들은 몸의 이상변화를 말해주는 초기경보시스템이다. 혀는 음식뿐 아니라 건강상태까지 맛본다. 봄철 불현듯 느껴지는 질병의 쓴맛을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된다. 이유 없는 맛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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