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우 기자의 ‘불타는 금요일 뜨거운 보건이슈’]1994년 개봉한 영화 ‘마스크’를 기억하시나요? 낡은 나무가면을 착용하면 녹색얼굴의 불사신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주인공 짐 캐리가 썼을 때는 유쾌하고 장난기가 많아지지만 갱단보스 ‘도리안’이 착용하면 사악한 악당이 됩니다. 자신을 포위한 무장경찰들을 춤추게 만들고 총을 맞아도 입으로 총알을 뱉어내죠. 또 폭탄을 삼켜 소화시키는 등 만능초능력을 자랑합니다.
현실에도 마스크는 존재합니다만 만능은 아닙니다. 마스크는 용도에 따라 방한·수술·방진용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각자 사용하기에 적합한 목적이 있지만 우리는 때때로 용도구분 없이 사용하곤 합니다. 이럴 경우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죠.
봄철황사와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를 악용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죠. 지난 18일 서울특별사법경찰은 가짜황사마스크를 불법으로 판매한 6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마스크를 마치 황사·미세먼지차단효과가 있는 만능제품으로 속여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한 겁니다.
심지어 이들 중 한 업체는 ‘미세먼지차단률 96.751%’ ‘메르스마스크’ 등으로 속여 유치원, 병원 등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판매된 마스크의 차단효과는 보건용마스크 허가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효과가 없었죠. 이들은 모두 약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들 업체는 마스크용도를 속인 것도 모자라 가격도 몇 배나 부풀려 판매하며 폭리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입니다. 미세물질을 걸러내야 할 수준이 26%에 불과한 마스크를 방진용으로 착각해 쓰고 다녔을 테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황사와 미세먼지를 마셨을까요?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로 매우 작습니다. 육안으로는 식별조차 할 수 없죠. 크기가 너무 작아 우리 몸에서 걸러지지 않고 각 장기에까지 침투할 수 있습니다.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면 각종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미세먼지농도가 심한 날 바깥에서 조깅하다가 몸살이 나 응급실에 실려간 경험이 있는 만큼 그 무서움을 잘 알고 있죠.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방진용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의료용품이다보니 일반인들이 많이 찾지 않아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죠. 방진용마스크 재고가 모두 떨어지면서 일반마스크와 방한용마스크 판매량도 함께 급증했습니다.
일반마스크와 방한용마스크는 재채기나 기침을 했을 때 본인의 타액을 주변에 퍼뜨리지 않게는 하지만 바이러스를 걸러주지는 못합니다. 공기 중 전파되는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쓴 것이라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죠.
특히 방한용마스크는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착용했던 제품을 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자주 세탁하지도 않죠. 온갖 병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군부대에서 방한용마스크를 지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소(失笑)를 터뜨린 이유입니다.
미세먼지를 차단하고자 한다면 용도에 따라 방진용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마스크, 방한용마스크는 그저 입 앞에 무언가를 씌웠다는 ‘심리적 안정감’만 줄 뿐이죠.
따라서 마스크를 선택할 때 제품포장에 ‘의약외품’이라고 쓰여 있는 지, KF80, KF94 인증을 받았는 지 확인해야합니다. KF80은 평균 0.6㎛ 80% 이상을 차단하고 KF94는 평균 0.4㎛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추울 때는 방한마스크, 미세먼지차단이 필요할 때는 방진용마스크. 환절기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각 용도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