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가 변(便)을 먹는다면
우리 개가 변(便)을 먹는다면
  •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03.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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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개들은 마치 십 년 만에 만난 듯 보호자를 반가워한다. 개를 안아주자 특유의 애교를 보이며 보호자에게 열심히 뽀뽀를 해댄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자는 자신의 개가 변을 너무도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다.

변을 먹는 개를 보고 ‘똥개’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변을 먹는 개들은 많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한 개 중 16%가 변을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소 역겨운 행동이긴 하지만 개가 변을 먹는 행동은 ‘식분증’으로 정상적인 행동이다.

많은 이들이 개가 배고프거나 영양적으로 결핍돼 변을 먹는다고 말한다. 물론 가능은 하지만 연구결과 대부분의 개는 그런 이유로 변을 먹지는 않았다.

유경근 원장

식분증은 신체적 질병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먹은 음식을 잘 소화·흡수하지 못하는 질병이라든지(예: 외분비 췌장기능부전, 만성 장질환 등) 식욕이 과다하게 증가하는 질병(예: 당뇨병, 부신피질기능항진증 등)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식분증을 보인다면 다른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식분증의 주요 원인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개는 왜 지저분한 변을 먹는 걸까? 개의 조상들은 1만여 전 사람 주변에서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처리해주는 청소부들이었다. 사람이 보기에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호기심과 본능으로 다양한 소재의 먹을거리를 입에 대는 것은 개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본능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개들은 배가 고프거나 영양이 부족하다기보다 호기심이나 놀이과정의 일환으로 변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들을 입으로 물고 뜯고 먹기도 한다. 따라서 식분증을 보이는 개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식탁의 음식을 훔치는 경우도 많다.

보호자의 잘못된 교육이 식분습성을 만들기도 한다. 대소변을 실수했을 때 교육목적으로 혼을 내거나 벌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반복되면 개는 강박장애의 일환으로 변을 먹어서 없애기도 한다. 따라서 화장실교육을 할 때는 벌칙을 절대 써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자신의 개가 변을 먹는 행동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시중에는 이러한 행동을 막아주는 제품이 나와 있지만 조사결과 관련 제품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에다 후추가루나 칠리소스를 뿌리는 등의 방법을 써도 이런 행동을 막지는 못한다. 개들은 변을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개가 변을 먹더라도 혼내서는 안 된다. 혼을 내는 것은 그런 행동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습관이 되기 전 변을 바로 치우는 것이 중요하다.

개가 대변을 보면 다른 곳으로 부른 다음 앉게 한 후 칭찬하고 간식으로 보상한다. 아니면 다른 행동으로 유도해놓은 상태에서 몰래 변을 치워버린다.

식분증을 보이는 개는 자신보다 다른 동물의 변을 더 잘 먹는다. 만일 고양이 변을 먹는다면 고양이 화장실 앞에 울타리를 설치해 고양이는 접근할 수 있지만 개는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산책 중에는 목줄을 꼭 해서 다른 동물의 변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개가 심심하지 않도록 장난감, 유산소운동 등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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