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 고양이만의 식습관 지켜줘야
육식동물 고양이만의 식습관 지켜줘야
  • 이진수동물병원 이진수 원장
  • 승인 2016.04.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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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어느 의료직종 종사자가 자신이 키우는 7살 샴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았다. 간호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만큼 훈남이었는데, 아쉽게도 문진과정 중 한 달 넘게 개 사료를 모르고 주었다고 해 바로 반감을 샀던 기억이 난다.

첫 칼럼을 시작할 때 고양이는 개와 달리 야생이면서 ‘육식동물’인 작은 호랑이라고 했다. 잡식동물인 개와 비교되는 고양이는 철저한 육식동물이다. 즉, 철저하게 고기를 주로 먹어야 하며 이로부터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한다.

이진수 원장


고양이와 개 모두 어릴 때 필요한 최소 단백질 섭취량은 비슷하지만 성체가 되고 나서도 개에 비해 2배 이상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게 바로 고양이다. 다시 말해, 평생 고기를 먹어야한다는 말이다. 식이섭취가 없는 중에도 쉼 없이 단백질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야생에서 그들은 작은 설치류를 하루에도 여러 번 잡아 먹었다. 따라서 실제 가정에서의 반려생활에 있어서도 폭식보다는 자연스럽게 소량씩 자주 먹는다.

고양이는 탄수화물 소화력이나 대사능력이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과잉섭취는 비만, 더 나아가 당뇨로 이어질 수 있다. 개와는 달리 타우린을 몸에서 합성할 수 없어 철저하게 섭취에 의존하는 것이 고양이다. 타우린이 부족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고 심장병이 생겨 급사할 수도 있다.

이런 고양이에게 단백질함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탄수화물 함량은 많으며 필수 아미노산이 불충분한 개 사료를 먹였다는 건 편식습관보다도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자신(보호자)이 채식주의자라 해도 고양이까지 채식주의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다른 개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고양이의 경우 그들의 독특한 식습관을 지켜줘야하는 것이 보호자의 책임이자 의무다.

좋은 먹거리를 찾았다면 다음은 고양이 본성을 감안해야한다. 야생동물로 늘 경계하고 긴장하는 고양이가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싶겠는가? 또 밥 달라고 구걸하고 싶겠는가? 답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모두  ‘아니다’이다.

이유인 즉슨, 고양이는 사회적 성향이 강한 잡식동물이 아닌 치열한 먹이사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입양 초기 사회화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울음, 발문지름 등을 배고픔으로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이런 신호에 모두 반응하면 고양이를 비만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또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그들의 본성을 감안해 혼자 고즈넉이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다수의 밥그릇을 서로 다른 공간에 준비해 줄 필요가 있다. 벌써 신경 쓰고 챙겨줄게 많아 지치는가?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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