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가 독초라고? 제대로 삶으면 이상 무!
고사리가 독초라고? 제대로 삶으면 이상 무!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4.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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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고사리에 대한 괴담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한다. 암을 유발한다거나 정력을 약하게 한다는 등의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고사리의 누명’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항간을 떠도는 소문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고사리를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고사리를 먹어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궐(蕨, 고사리)이 음력 3월 임금에게 진상하는 특산물로 기록돼 있다. 중국 동북부, 일본, 대만, 티베트지역과 함께 뉴질랜드 원주민도 고사리를 섭취해왔다. 고사리는 영양분도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를 독초로 분류해 식용을 금하고 있다.

항간에는 ‘고사리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식료본초에서는 ‘다리의 힘을 약화해 보행곤란을 일으키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이 오그라들게 한다’고 기록했다. 또 본초몽전에는 ‘양기가 쇠약해지고 다리와 무릎이 약해진다. 절대로 지나치게 먹어서는 안 되는 반찬’이라고 나와 있다. 심지어 동의보감에조차 ‘많이 먹으면 양의 기운이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생(生)고사리의 부작용일 것이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부작용은 티아민결핍증과 관련이 있다. 생고사리에는 티아민, 즉 비타민B1 분해효소인 티아미나아제가 함유돼 있다. 특히 새순일 때 가장 많다. 티아민은 인체에너지대사를 촉진하고 신경·근육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이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각기병이다. 침범장기에 따라 감각저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심혈관질환, 눈운동 이상, 보행이상, 기억력장애 등이 나타난다.

티아민이 성욕, 성기능과 관련 있다는 연구는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성분이 부족해지면 피곤, 우울감이 생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성적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추측한다. 참고로 티아민유도합성물인 설부티아민은 성욕을 증진하고 발기기능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고사리가 성욕을 감퇴시킨다는 내용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한동하 원장

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암이 생긴다는 속설도 있다. 천금요방에는 ‘고사리를 오래 먹으면 ‘하(瘕)’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하는 뱃속에 생긴 종양을 말한다. 동의보감 역시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온다’고 적었다.

실제로 생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발암물질이 있다. 소가 산에서 생고사리를 많이 뜯어 먹으면 소장부위에는 궤양과 출혈, 방광에는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로 실험했을 때도 소장부위의 발암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분류를 보면 고사리는 2B군으로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속해있다.

생고사리에는 독소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조상들은 생고사리를 삶아 말려뒀다가 물에 불려먹었다. 생고사리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은 물에 잘 녹을 뿐 아니라 불에도 약하다. 동시에 알칼리에 약한 화합물이기 때문에 소금물로 삶으면 독성을 보다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고사리를 잿물에 삶기도 했다. 티아민분해효소도 고사리를 물에 담가두는 것만으로 쉽게 제거된다. 참고로 이 효소는 열에 의해 변성될 뿐 완벽히 파괴되지는 않는다.

고사리는 10분 이상 가열해야 충분히 삶을 수 있다. 살짝 데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삶은 후 흐르는 찬물에 잘 헹군다. 말린 고사리를 하룻밤 정도 찬물이나 쌀뜨물에 담가 놓는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말린 고사리도 집에서 소금물에 한 번 삶거나 물에 하룻밤 이상 담가두면 좋다. 물론 이 물은 반드시 버려야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사리독소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생고사리는 독초가 맞다. 하지만 적절히 조리해 먹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는 주의해야한다. 고사리와 관련된 속설을 금기시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섭취하는 방법을 보다 널리 알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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