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는 무조건 수술? 때론 모르는 게 ‘약’
허리디스크는 무조건 수술? 때론 모르는 게 ‘약’
  • 헬스경향 김영범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진료부원장 (smw@k-health.com)
  • 승인 2016.04.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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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남성이 허리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MRI 촬영을 통해 디스크돌출 사실을 알았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진단을 받고 침습수술을 권유받은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우리 병원을 찾았다. 필자가 MRI사진을 확인했을 때 디스크돌출은 있었지만 증상은 단순요통일 뿐 허리디스크가 아니었다. 디스크발생 시 나타나는 방사통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 자세교정과 적절한 운동만으로 통증은 사라졌다. 차라리 MRI를 찍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을 몸상태에 대해 며칠 간 고민하며 괴로워한 것이다. 이 점은 차치하더라도 자칫 불필요한 치료까지 받을 수도 있었다.

사람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성격이 예민한 이는 신체통증 같은 이상징후가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지만 정말 심해지기 전까지는 참으면서 병원을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는데 무작정 참는 것은 병을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건강에 지나치게 민감해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찾으면 건강염려증이지만 이상증세가 나타났을 때 진료받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는 적정진료가 이뤄지는 의료환경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과잉검사·치료가 이뤄지는 의료현실에서 건강에 너무 민감한 것은 되레 좋지 않다. 특별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 없는 요통인데도 자칫 최악의 경우 불필요한 시술, 수술로 몸상태가 더 악화되고 본전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많은 요통환자가 허리디스크를 걱정한다. 하지만 대부분 근육, 인대, 힘줄 등이 원인인 비특이적 통증이다. 물론 디스크파열·경막자극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MRI 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병원에서나 실시하는 엑스레이(X-ray)도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영상검사와 증상의 불일치를 증명하고 있다.

김영범 진료부원장

우리나라에는 MRI, CT 등 고가의료장비가 지나치게 많이 보급됐다. OECD국가 평균인구 100만명당 필요한 MRI는 14대지만 우리나라는 24대에 달한다. 이 장비는 10억~20억원이 넘는 고가로 유지비가 만만찮다. 따라서 병원이 문 닫지 않으려면 검사를 더 많이 유도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요통환자에 대한 MRI 촬영이 자주 이뤄진다.

물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장비촬영은 필요하며 실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서민은 이 돈을 지불하기가 부담스럽다. 촬영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라면 더욱 괴로운 일이다. 필자는 MRI가 꼭 필요한데도 비용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내 돈으로 도와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아직까지 미진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많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는 허리디스크진단과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말이다. 디스크를 진단하는데 있어서는 MRI에서 보이는 디스크돌출 여부보다 현재 증상이 더 중요하다. MRI를 촬영했을 때 허리디스크가 튀어나온 사람은 요통환자 20명 중 15명에 달하지만 실제 허리디스크환자는 1~2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허리디스크가 확인돼도 질병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20~30대에서 10명 중 2명은 디스크돌출소견이 보인다. 40~50대는 3~4명, 6대 이상은 6명 이상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디스크는 더 많이 돌출된다. 즉 전부는 아니지만 추간판탈출 역시 퇴행성변화의 일종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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