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땅파기’를 좋아하는 이유
반려견이 ‘땅파기’를 좋아하는 이유
  •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04.1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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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리던 봄이 왔다. 사실 봄을 기다린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반려견도 마음껏 산책할 수 있는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야외활동은 반려견의 행복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야외활동은 반려견에게 에너지발산과 기분전환기회를 제공한다. 또 다른 개와 어울리며 학습하게 되고(사회화)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더욱 두텁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반려견이 충분히 야외활동을 즐기게 해줘야한다.

유경근 원장

특히 반려견은 야외활동과정에서 여러 가지 욕구를 해소한다. 대소변을 해결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냄새를 맡으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일부 반려견은 땅 파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가볍게 파는 경우 별 문제가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마당이나 정원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보호자에겐 골칫거리지만 사실 땅 파는 행동은 반려견에게 있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반려견은 여러 가지 이유로 땅을 판다. 우선 자기 냄새를 남기기 위해서다. 대소변과정에서 땅 파는 행동을 하기도 하며 여러 동물이 많이 다니는 곳일수록 더 열심히 파는 경향이 있다.

또 좋아하는 물건을 숨기거나 숨겨놓은 것을 되찾기 위해 판다. 잭러셀테리어 같이 사냥을 목적으로 개량된 품종들은 소리나 냄새를 통해 다른 동물을 찾기 위해 땅을 파기도 한다.

밖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은 덥거나 추울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파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지 놀거리가 없거나 호기심 때문에 땅을 판다. 이런 성향의 반려견은 대개 매우 활동적이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놀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거리나 대상이 없기 때문에 땅을 파기 시작하고 이를 통해 한 번 즐거움을 느끼면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 있는 화분 등을 파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심심하거나 호기심이 원인인 반려견은 보호자가 충분히 놀아주면 대부분 더 이상 땅을 파지 않는다. 함께 놀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푸드퍼즐(음식을 넣어서 조금씩 빠져나오게 하는 장난감)이나 줄다리기게임 등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분히 놀아줘도 반려견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다른 방식으로 욕구를 해소해줘야한다.

밖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이 더위나 추위에 대한 체온조절목적으로 땅을 판다면 이를 해소해줘야 할 것이다. 이미 땅파기를 충분히 즐겼던 반려견이라면 땅을 파도 문제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욕구를 해소해줘야한다.

가령 커다란 플라스틱상자를 준비해 반려견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이나 간식 등을 숨겨놓고 모래를 담아 땅을 파면서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대신 파서는 안 되는 정원 같은 장소는 접근이 어렵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이 좋다.

반려견은 보호자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즐길 권리가 있다.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가 안 되는 방식으로 반려견의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보호자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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