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은 끓일수록 쓴 맛이 강해진다
양파껍질은 끓일수록 쓴 맛이 강해진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4.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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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식재료 중 하나다. 대부분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의료계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의 심혈관질환, 비만발병률이 낮은 이유를 양파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양파를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양파는 ‘서양에서 건너온 파’라는 의미로 양총(洋蔥)이나 구슬처럼 둥글다고 해서 옥총(玉蔥)으로 불린다. 총(蔥)은 대파를 뜻하는 한자다. 양파는 서아시아, 지중해연안,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다. 재배역사는 400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유래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채소는 17세기 극동아시아 중 일본에 가장 먼저 들어온 뒤 19세기 조선말엽 한반도에 전파됐다. 18세기 중국의 영남잡기(嶺南雜記)에는 ‘양파는 유럽에서 마카오에 전해 광동일대에서 재배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의보감에 기록된 호총(胡蔥)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양파가 아니라 달래와 비슷한 채소의 일종이다. 호총은 국내자생식물이 아니라 중국의서를 참고한 기록일 뿐이다. 양파에 대한 기록은 19세기 초까지 출간된 중국·우리나라 한의서에서는 찾을 수 없다.

양파는 당질이 비교적 많아 단맛이 강하다. 양파의 당도는 8.2브릭스 정도로 약간 덜 단 사과(8~16브릭스), 복숭아(7~15브릭스)와 비슷하다. 따라서 눈을 감고 코를 막은 상태에서는 양파와 사과의 맛을 구별하기 어렵다. 동시에 양파에는 ‘프로필 알릴 다이설파이드’ ‘황화알릴’ 성분으로 인해 특유의 매운맛이 있어 단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양파를 익히면 황화아릴성분이 휘발된다. 프로필 알릴 다이설파이드도 마찬가지인데 일부는 열분해로 프로필 메르캅탄으로 변한다. 이 물질은 설탕보다 50~70배 이상 단맛을 낸다. 따라서 양파를 오래 끓이면 매운맛이 없어지고 농축된 당분과 프로필메르캅탄에 의해 단맛이 강해진다.

한동하 원장

하지만 양파를 고열에서 장시간 끓이거나 농축해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파의 매운 성분은 혈액순환촉진, 체온상승, 면역증강효과를 내는데 이는 열자극에 의해 생리활성을 쉽게 잃기 때문이다.

양파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껍질 때문이다. 양파껍질에는 퀘르세틴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많다. 이 성분은 고혈압과 혈관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차로 마시기도 한다. 퀘르세틴은 황색을 띠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으로 뜨거운 물에 넣기만 해도 어느 정도 녹아난다. 하지만 이 성분을 얻으려면 충분히 끓요 추출해야한다.

퀘르세틴은 쓴맛을 내는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오래 끓이면 쓰게 변한다. 그만큼 퀘르세틴의 양이 믾이 추출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퀘르세틴은 1시간 정도 끓였을 때 추출효율이 가장 높다. 양파잔뿌리도 버리지 말고 같이 끓여마시는 것이 좋다.

양파를 집에서 직접 끓이려면 껍질째 4등분한 뒤 찬물에 넣어 1시간 정도 끓여보자. 양파의 독특한 향미를 살리고 퀘르세틴도 충분히 우려낼 수 있다. 양파와인도 효과적인 섭취방법이다. 퀘르세틴은 알코올에 잘 녹을 뿐 아니라 매운맛 성분은 숙성기간에도 잘 보존된다. 양파맛이 강하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기는 하다. 양파와인은 상온에서 최소 2주 정도 이후부터 섭취하면 좋다.

서양속담에 ‘인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양파껍질을 벗길 필요는 없다. 양파 특유의 매운맛과 껍질의 쓴맛을 버려서는 안 된다. 양파는 맛있는 음식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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