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더 강해지는 복어독, 집에서는 요리 삼가야
봄에 더 강해지는 복어독, 집에서는 요리 삼가야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5.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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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어를 먹고 응급실까지 후송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복어독이 치명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텐데 복어독 중독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봄에 더욱 흔하게 발생한다.

복어를 한자어로 복어(鰒魚)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배가 불룩하게 불러오는 물고기라서 붙여진 것이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그러나 문헌에 나오는 복어(鰒魚)는 전복을 일컫는 한자어다. 전복(全鰒)도 한자명으로 석결명(石決明)이라고도 한다. 복(鰒)자 자체가 전복을 의미한다.

복어를 일컫는 가장 흔한 이름은 하돈(河豚)이다. 하돈은 중국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돼지고기처럼 맛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은 돼지고기 사랑이 유별날 정도다. 또 진어(嗔魚)라고도 하는데 진짜 좋은 물고기가 아니라 성질을 잘 내는 물고기라는 의미다. 자산어보에 복어를 돈어(魨魚)라고 하면서 복전어(服全魚), 검복(黔服), 가치복(加齒服)이라고 하면서 ‘복(服)’자를 사용하고 있다. 복어를 굳이 한자어로 표현한다면 복어(服魚)는 어떨까.

복어가 봄철에 독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산란 때문이다. 복어의 치명적인 독소인 테트로도톡신은 3~8월경에 가장 많아진다. 그래서 봄철에 육질이 더 맛있고 졸깃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성은 커진다. 복어독에 중독되면 가장 가벼운 증상은 입안이나 혀끝의 감각이 이상해진다. 간혹 복어회를 먹는 이유를 혀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러한 표현이 사실이라면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독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복어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뿐만 아니라 파란고리문어나 바다뱀과 같은 어류나 해양미생물에서도 발견된다. 이 독소는 복어 체내에서 합성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균에 의해서 합성된다. 따라서 양식을 하는 경우는 독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양어장에 자연사 복어를 넣어주면 양식복어 모두에서 독이 생겨난다고 한다. 복어독을 만드는 균에 감염되는 것이다. 결국 독소의 양은 생태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동하 원장

항간에 미나리가 복어독을 해독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의 ‘미나리와 같이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미나리는 복어의 맛을 북돋을 뿐 해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의보감에서는 해당 내용의 출전을 ‘속방(俗方)’이라고 했는데 속방은 민간에서 전해는 내용으로 한마디로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동의보감 시절에도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손질법이었다. ‘복어는 독이 많다. 맛은 비록 진미나 수치를 법대로 하지 않고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 그러므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송나라 손혁의 시아편에는 “소동파가 친구로부터 복어를 대접받고 한입 씹어 먹으면서 ‘아, 1번쯤 먹고서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也值得一死; 야치득일사)’라고 감탄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죽음을 각오하고 맛 볼만 하다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소동파(蘇東坡)는 송나라 때 시인으로 뛰어난 미식가였다고 한다. 일례로 중국집의 유명한 메뉴 중의 하나인 동파육(東坡肉)도 바로 소동파가 좋아했던 돼지고기 요리에서 유래됐다.

복어의 내장 중에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이리다. 이리는 수컷 물고기의 정소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복집에서 단골에만 준다는 곤이(鯤鮞)는 사실 이리다. 곤이는 보통 고니라고 부르는데 암컷의 난소(알집)로 독성이 매우 높다. 일부에서는 복어알을 3년 이상 숙성시키면 섭취가 가능하다고 하거나 제약 산업 관련연구도 있지만 복어알(난소)은 테트로도톡신 함량이 가장 높기 때문에 식품으로 유통 및 섭취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복어는 절대 집에서 요리해서 먹지 않아야 한다. 유명한 복 전문집에서도 일 년에 몇 차례 정도 복어독에 중독된 손님들이 생긴다고 한다. 복어의 질기고 담백한 맛을 즐길지언정 치명적인 짜릿한 독맛을 즐겨서는 안 된다. 특히 봄철의 복어는 독어(毒魚)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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